농축산물 추가 개방 없지만 승인절차 간소화
환율안정 조항 명시..망사용료 논쟁 일단락
[일간경기=홍정윤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의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공개됐다. 미국은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고 반도체 관세는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는다.
팩트시트에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농업 생명공학 제품 승인 절차 간소화·미국산 원예작물 요청을 전담하는 U.S. Desk 설치라는 여지를 뒀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월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핵심 산업 재건 및 확장(REBUILDING AND EXPANDING CRITICAL INDUSTRIES)‥한국의 1500억 불 규모 조선 분야 투자, 한국의 2000억 불 규모 추가 투자, 자동차(부품 포함)·원목·제재목·목재 제품에 대한 관세 15%로 인하 등을 확정했다.
의약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반도체(반도체 장비 포함)에 부과되는 관세는 최혜국 대우를 받았으며, 미래 합의에서 ‘교역량 규모는 미국이 판단한다’라는 조건을 달았다.
미국은 제네릭 의약품(정식 복제약)·원료·화학 전구체, 미국 내 생산되지 않는 특정 천연자원, 특정 한국산 항공기·부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외환시장 안정(FOREIGN EXCHANGE MARKET STABILITY)‥조항에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년 200억 불 투자 이행시 가능하면 환율이 출렁이지 않도록 시장 매수 방식은 피하고 시장 밖 조달 방식으로 달러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한국은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 불안이 야기될 우려가 있으면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상업적 유대 강화(ENHANCING COMMERCIAL TIES)‥한국기업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총 1500억 불 규모로 직접 투자하는 조항을 명시했다.
대한항공은 GE 에어로스페이스 엔진을 장착한 보잉 항공기 103대를 구매한다. 위 합의는 360억 불 규모로 보잉 737 MAX 제트기, 787 드림라이너, 777X 여객기, 화물기를 포함한다.
한국과 미 주정부가 협력한 ‘Buy America in Seoul’ 연례 전시회를 개최한다. 양국은 ‘Buy America in Seoul’가 미국산 상품의 한국 수출 촉진 구상이라 설명했다.
△상호무역 촉진(PROMOTING RECIPROCAL TRADE)‥비관세 장벽이 논의 대상이다.
상호무역 촉진을 위한 공약과 이행계획을 명문화해 올해 안에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채택한다. 주로 패키지 딜이 담겼다.
세부적으로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를 연간 5만 대까지 개조없이 수입하도록 허용했던 상한선을 폐지하고, 내연 차량의 배출가스 인증 과정 절차도 간소화했다.
미국 측의 상징적 성과물로 볼 수 있다. 미국 차의 한국 판매량이 적기에 실제 시장 파급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 생명공학(biotechnology)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를 효율화하고 미국 신청 건의 지연을 해소하며, 미국산 원예작물(horticultura, 과일·채소·화훼) 관련 요청을 전담하는 U.S. Desk를 설치한다.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은 담지 않았지만, 승인 절차 간소화·데스크 설치 등 미국산 농축산물이 대한민국에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한국은 망 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 등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하도록 했다.
그간 구글·유튜브·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 기업이 국내 통신망을 사용하고도 비용을 내지 않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망 사용료를 징수하자는 주장과, 국가 간 상호주의·국제 통상 규범상 차별로 간주되어 도입이 어렵다는 반론이 맞섰다. 이번 팩트시트로 이 같은 논쟁은 일단락됐다.
위치·재보험·개인정보 등 데이터 국가 간 이동 합의로 미국 기업이 해외 서버에 데이터 보관이 가능하게 되어 기업의 운영 비용이 완화된다.
이 외에도 변호사·의뢰인 비밀 유지권 인정, 지식재산권 보호 및 한국의 특허법조약 가입, 노동권 보호, WTO 수산보조금 이행, 환경보호를 이유로 미국·한국 제품에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약속도 담겼다.
△경제 번영(PROTECTING ECONOMIC PROSPERITY)‥경제 및 국가 안보를 공조한다. 외국인 투자 및 해외 투자 규제 개선을 포함하며, 양국은 국제 공공 조달 의무 공약을 수락한 국가들에 대해서도 혜택이 되도록 보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기존 국제 규범(GPA)을 그대로 지키자는 문구’ 또는 ‘한국이 중국 기업 등에 특혜 주지 않도록 견제하는 내용’ 등 해석이 분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