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경기=홍정윤 기자] 부산 서면 돌려차기 피해자는 국정 감사에 출석해 성범죄 추가조사에 미온적이던 한 재판부가 TV 방송 이후에 입장을 바꿨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부산 서면 돌려차기 피해자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광주·대전·부산 법원 및 검찰청 국정감사에 신원 비공개 징인으로 출석해 “저는 20년 뒤에 죽을 각오로 열심히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다”라며 재판과정에서 겪은 일련의 고통을 호소했다.

이날 피해자는 성범죄 피해 추가조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가 반영하지 않았고, 사건기록 열람 신청도 거절당했음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은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을 향해“(피해자는) 7번의 탄원서와 의견서를 냈다. (그런데) 반영을 안하셨다”라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나간 뒤에 판사가 입장이 바뀌면서 여러 가지 추가 혐의를 검토해보겠다라고 발언을 했다”라며 “피해자가 방송에 나와야만 추가적인 고려하는 거는 실수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김흥준 법원장은 “동의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시간적인 순서만 가지고 재판부가 어떤 심리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심정을 형성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저로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라고 반박했다.

박용진 민주당 국회의원은 “법원은 피해자에게 공판 기록 열람을 거절하고 소송해서 받아가시라고 안내를 했다”라며 “그 과정에서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되어 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라고 꼬집었다.

피해자도 사건 기록 열람등사 신청이 “피해자는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말로 거절당했음을 밝히고 “제가 없으면 이 사건은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왜 제가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건가”라고 통탄했다.

이날 피해자는 법원의 징역 20년 구형에 대해서도 “국가가 2차 가해를 피해자에게 하는 거”라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피해자는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를 하겠다고 하는 겁니까?”라며 “피해자의 마음을 잘 알지도 못하고 가해자의 마음도 잘 알지도 못하는데, 재판부가 독심술사도 아닌데 어떻게 그걸 알고 재판과 관련도 없는 반성과 인정과 가난한 불우환경이 재판의 양형 기준이 되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질타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양형에 대해 지적했다.

전 의원은 “공소장이 강간 살해 미수죄로 변경됐다. 원래 이 형은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 2개밖에 없는 형이다. 피해자분은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전주혜 의원은 피해자가 “아니요. 잘 몰랐다”라고 답하자 “지금 법률상 감경이 돼서 징역 20년이 선고가 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의원은 “실제로 반성하는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아마 피해자께서 공소장 변경된 것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 이 두 개밖에 없다고 (알고 있었다)하면, 피해자께서 법률상 감경을 하는 판결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라고 재판부를 비난했다.

앞서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한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22일 새벽에 발생했다.

검찰은 가해자 이씨를 ‘살인미수’로 기소해 징역 20년을 구형했으나, 부산지방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가해자와 검찰 양측 모두 항소해 2023년 3월 15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첫 공판이 열렸으며, 검찰과 피해자 측은 성범죄 의혹 추가수사를 요청했다.

이어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2023년 4월 경 이 사건을 방송했다. 직후 열린 항소심 두 번째 공판에서 재판부는 범행 동기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추가조사를 결정했다.

피고인 이씨는 항소심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으나, 피해자는 양형 부당으로 상고할 수 있게 해달라며 대법원에 청원을 넣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0년에 신상 공개 10년의 항고심 판결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