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경기=홍정윤 기자] 영국 추리 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너무나 유명해서 범인이 판사라는 걸 알고도 읽게 된다.

이 소설은 범죄를 저지르고 가면을 쓰고 살던 가해자들을 단죄하는 판사의 방식에 남모를 호쾌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 A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왜 기자는 이 소설을 떠올렸을까.. 물론 소설 제목 탓일 수 있다. 

경찰은 14일 서이초 교사가 사망 전 악성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에 언급된 학부모 등을 조사한 결과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 서이초 교사의 개인 휴대폰이 노출돼 학부모들이 그녀를 괴롭혔다’는 의혹에도 “학부모들이 A 교사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건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고, A 씨가 먼저 전화를 건 적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A씨와 관련된 조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석연치 못한 것은.. ‘피해자는 있되 가해자는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상황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진상규명보다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며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지시했다.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을 교권 추락으로 규정하고 과도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한다고 분석한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짧게 말하자면 체벌과 차별을 금지시키는 법령이다.

경기도가 시작해 약 6곳의 지자체가 이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안에는 성차별 금지가 있어, 이를 두고 일부 종교계가 페지 또는 개정해야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또 일부 정치인들은 ‘오랜 시간 학생 인권은 지나치게 강조되고, 상대적으로 교권에 대한 인식은 미흡했던 학교현장에서 빚어진 심각한 교권침해 현상이 발생했다’라고 학생인권조례를 평가했다.

재밌는 것은 여·야에 따라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시각차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무소속이지만 보수로 분류되는 경기도 임태희 교육감은 지난 7월 24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조례 자체가 가지는 무슨 규정상의 어떤 문제라기보다는 일종의 학생들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또 임태희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내용을 보면 전부 학생의 권리에 대해서만 나오거든요”라며 “그런데 학생의 권리는 나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같이 수업받고 있는 다른 학생들의 권리도 중요하고, 그 권리를 지켜주는 것은 또 선생님의 수업권인데 이런 활동들에 대해서 사실은 보호하는 장치, 보장하는 장치가 약하게 돼 있다”라고 짚었다.

반면 진보로 분석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월 13일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학생 인권과 책임 간 균형은 조례 내부에서 논의할 수 있다”라며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보호를 병행하자”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정례회의에서 김혜영 서울시의원은 “교육기본법과 같은 상위법에서도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라는 질문에 조희연 교육감은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하지 말자는 취지지 통상 얘기하는 것처럼 동성애를 부추긴다든가 그런 것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조희연 교욱감은 7월 24일 서울교육청에서 열린 교직 3단체와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교육 이슈가 과도하게 정치적 쟁점이 되고 정략적 갈등의 소재가 되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8월17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정·교육감 4자협의체에서 임태희 교육감의 제안을 받아들여 ‘교권과 학생 인권이 균형을 이루고 상호 존중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는 점을 합의했다. 즉 학생인권조례가 대거 축소된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전병주 서울특별시의원 연구실에서 2016년부터 2021년도까지 전국시도교육청의 교권침해사례를 조사한 결과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하지 않은 지차체에서 교권침해가 더 많이 발생했다. 

특히 강원도는 학생 1000명 당 평균 0.79건·세종시 0.67건이었으나 처음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한 경기도는 0.29건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조례가 다르다는 점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학부모들이 서이초 교사에게 가해 한 혐의를 찾을 수 없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현직 교사 K 씨는 ‘아이들에게 악플 교육을 한 적이 있다’라며 본인의 사례를 밝혔다.

그는 “확인되지 않은 것들을 가지고 댓글을 다는 것은 범죄가 될 수 있다.우리 사회의 수많은 유명인들이 자살을 선택한 사례가 있다. 악플을 달지 않는 사람이 되자라고 교육하자, 다음 날 교장선생님께 ‘자극적인 말로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상처를 입혔다’라는 민원이 들어왔다”라고 회고했다.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 소문에 따르면 서이초에는 부모들의 단톡방이 있다고 했다.

그 단톡방에 입성하지 못한 부모들은 다른 사회에 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입소문이 돌아 취재에 들어갔으나, 모 학부모는 Yes 도 No도 아닌 ‘입을 다물었다’.

서울 부촌 한복판의 서이초.. 과연 그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