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남 시장 지시로 3월 제조기 구입 50톤 규모 소독수 제작 주민에 무료 배포
전기료 뺀 제작비 10만원 남짓..시민 "성분 비슷한데 '수억' 락스구매 필요했나"

(속보) 구리시가 차아염소산수 제조기를 구입해 직접 소독수를 생산할 수 있는 방역체계를 갖추었으면서도 뒤로는 재난관리기금 예산으로 성분이 비슷한 차아염소산나트륨인 락스를 대량 구매한 이유에 대해 시민들의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수도과의 한 직원은 촬영한 제조기의 사진을 사용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이 직원의 신상보호를 위해 제조회사의 카다록을 발췌해 게재한다. 시가 보유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인 차아염소산수 제조기다. 1일 4톤 규모의 소독수 생산이 가능하다. (사진=제조사 카달록)
수도과의 한 직원은 촬영한 제조기의 사진을 사용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이 직원의 신상보호를 위해 제조회사의 카다록을 발췌해 게재한다. 시가 보유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인 차아염소산수 제조기다. 1일 4톤 규모의 소독수 생산이 가능하다. (사진=제조사 카달록)

언론은 지난주 초부터 3회에 걸쳐 시가 코로나19 방역의 수단으로 수억원어치의 락스를 구매해 전 세대에 무료로 배포한 것과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부적절한 예산집행, 홈페이지 계약현황 조작, 유령업체의 특혜의혹 등 그릇된 행정의 난맥상을 지적했다. 

그 후 또 다른 취재가 시작되자 시는 공직자들에게 입단속을 지시하는 등 취재원 통제에 나서 노골적 취재 방해로 주민의 알 권리를 박탈했다. 실제로 부서에 출입하는데도 제지가 따랐고 직원을 만나려 해도 피하기 일쑤였다. 관계자와 전화 통화 또한 연결되지 않았다. 시가 주창하는 열린 행정이 아니라 폐쇄 행정으로 치닫는 느낌이었다. 관리감독청의 대책이 요구된다.  

언론이 보도를 시작한 것은 시가, 사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눈과 호흡기 등 신체에 치명적 위험이 따르는 차아염소산나트륨 성분의 락스를 굳이 코로나19 방역 수단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그러나 취재의 막바지에 이르러 벽에 부닥치게 돼 일부 기사가 제보의 근거로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밝힌다. 그래도 사실에 근거했다. 

지난 3월4일, 시는 경기도 부천 소재의 K업체로부터 차아염소산수 제조기를 1535만원에 구입하고 3월10일부터 가동에 들어간 것이 새롭게 밝혀졌다. 지난주 초 첫 번째 보도에서 거론된 ‘시 수도과가 지난 3월10일부터 4월26일까지 46일 동안 50톤 규모의 소독수인 차아염소산수를 만들어 각 동사무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무료 배포해 왔다. 주지할 것은 전기분해하는데 사용될 전기료는 상계하지 않았지만 엄청난 양의 소독수를 만드는데 든 비용은 6% 용액의 염산 60리터 값인 10만8000원에 불과했다’는 내용이 이 제조기가 생산한 소독수였던 것이다. 

이 기계를 구입하기 20일 전쯤, 시는 소독수 생산업체로부터 다소 비싼 가격으로 뿌리는 소독수를 구입해 방역을 대비해 왔다. 그러던 중 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본부장인 안승남 시장은 차아염소산수를 직접 생산해 배포하는 방안을 지시했고 수도과장은 환경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가 심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안 시장의 적절치 않은 언사가 회자 되기도 했지만 적극 행정을 지시한 안 시장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 언론의 판단이다. 만약 안 시장이 락스를 배제하고 계속 차아염소산수를 생산해 코로나를 대비하는 강단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예산 절감으로 코로나를 종식한 지자체장’으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는 이 제조기로 만든 차아염소산수가 락스의 차아염소산수나트륨과 성분이 같으며 엄청난 예산이 절감되는데도 왜 락스 구매로 선회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시가 구입한 차아염소산수 제조기 회사의 한 관계자는 “언론들이 자체 생산하는 소독수에 문제점을 제시하자 환경부는 살생물 물질에 관한 규정을 만드는 중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오래 걸려 아마 구리시는 락스가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좋은 의미로 차아염소산수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줘 사용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기에 좋은 걸 알면서도 못 쓰는 이유다. 락스는 일반적으로 구매해서 사용하지 않는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요약하자면 차아염소산수는 좋은데 무상으로 나눠줬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락스도 무료로 나눠줘 사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그 당시 시장의 의지가 있었다면 계속 차아염소산수를 생산할 수 있는 근거가 있었다. 관련 부처에 소독수 제조 등록을 하면 연말까지 유예 가능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지자체장의 용단이었다. 따라서 시장의 리더십으로 차아염소산수 생산을 밀고 나가는데 문제가 없었고 엄청난 예산도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난 24일, 1일 4톤 규모의 소독수를 만들 수 있는 차아염소산수 제조기는 생산을 멈춘 채 수도과 정수장 한 건물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돼 있었다. 소독수 제조기를 구입해 놓고도 락스를 구매하는 행정의 이중성, 또 다른 예산 낭비의 산물이다. 수도과의 한 직원은 이날 촬영한 제조기의 사진을 사용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이 직원의 신상보호를 위해 제조회사의 카다록을 발췌해 게재한다. 시가 보유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이다.

한 시민은 “코로나 19와 관련해 방역대책으로 엄청난 예산을 사용해 물품들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락스도 무료로 나눠준다고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예방하려면 소독수를 시의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떠한 제품이 중요한 건 아니다. 동에서 나눠주던 소독수가 락스보다 안전하다고 하는데 굳이 많은 예산으로 락스를 구매한 이유는 뭔가”라고 의문을 제시했다.

한편 시는 지난주 세 차례에 걸쳐 락스에 관한 기사가 보도되자 지난 26일, 의혹을 밝혀줄 것을 구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를 통해 시는 보도한 언론사에게 ‘관용 없는 법적책임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욱 불쾌한 것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시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근거해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들의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들 중 일부 언론사는 보도자료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베껴 보도하는 행태도 보였다.

3회에 걸쳐 보도한 락스 기사는 재난관리기금으로 엄청난 양의 락스를 구매하는 과정에 발생한 합리적 의심을 법령 근거에 따라 풀어낸 것이다. 재난안전법 시행령 제 75조엔 시장이 재난관리기금의 운용 및 관리를 하도록 명시돼 있다. 시장도 이 대목에선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구매를 보건소에서 추진했건 재난기금의 주무부서인 안전총괄과가 들러리를 섰건 간의, 문제는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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