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홈페이지 등재 회사 소재지, 사람 기거 않는 폐가로 확인

(속보)구리시와 수 억원 규모의 락스구입 계약을 체결했던 업체가 시 홈페이지에 등재된 소재지에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회사인 ‘페이퍼 컴퍼니’로 밝혀졌다.

구리시와 수 억원 규모의 락스구입 계약을 체결했던 업체가 시 홈페이지에 등재된 소재지에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회사인 ‘페이퍼 컴퍼니’로 밝혀졌다. 사진은 J약품 소재지에 위치한 폐 가옥. (사진=이형실 기자)
구리시와 수 억원 규모의 락스구입 계약을 체결했던 업체가 시 홈페이지에 등재된 소재지에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회사인 ‘페이퍼 컴퍼니’로 밝혀졌다. 사진은 J약품 소재지에 위치한 폐 가옥. (사진=이형실 기자)

더욱이 시는 수년 전부터 이 부적격업체와 1인 수의계약을 체결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 회계부정 책임과 함께 제기된 갖가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시는 지난 5월6일 ‘코로나19 확산방지 자가소독용 살균제(락스)구입’ 명목으로 1억7410만원, 5월14일 2억1654만원 등 총 3억9064만원을 전남 해남군 삼산면 매정길 44에 소재지를 둔 J약품과 총액계약으로 1인 수의계약했다. 

이 계약은 1인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한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1항2호 ‘긴급 복구가 필요한 재난 등 행정안전부령에 따른 재난복구의 경우’와 시행규칙 30조 6개 각호에 의거해 진행됐다.  

그러나 이 업체는 1인 수의계약 자체에도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 기준’ 제5장 제3절 2. 나 및 별표1에 명시된 ‘입찰 계약서류 허위, 위조 제출’ 항목에 해당돼 지자체와 수의계약을, 더구나 1인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결격업체라는 게 주위의 주장이다. 소재지를 허위로 등재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부터 언론은 시와 수의 계약한 J약품과 연결을 하기 위해 인터넷 조회 등 온갖 수단을 강구했지만 끝내 실체를 찾지 못했다. 마지막 한 가지 수단은 시 홈페이지 수의계약현황에 등재된 소재지 주소로 직접 방문해 의혹을 해소할 방안밖에 길이 없었다.

지난 16일 ‘수 억원을 1인 수의계약할 정도로 능력있는 회사라면 사세 또한 상당할 것’이라는 상상 아래 해남을 향해 출발한 시간은 오전 6시. 우여곡절 끝에 전남 해남군 삼산면 매정길 골목에 당도한 것은 오후 2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그러나 전후좌우를 둘러봐도 짐작했던 번듯한 회사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승용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골목길 사이로 들어선 몇 채의 허름한 가정집들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이윽고 매정길 44 푯말이 붙어 있는 집 앞에 도달한 순간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나타난 건물은 잡초들에 둘러싸인 사람이 살지 않는 조그만 폐 가옥이었던 것. 이곳이 구리시와 수 억원을 수의계약한 J약품이라는 회사의 실체였다. 

폐 가옥 옆 매정길 46에 사는 할머니는 “그 집엔 두 노인이 살다가 오래전 곽씨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현재 요양원에 계시는데 읍에 교사로 있는 딸이 간혹 와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며 “이 동네엔 다 가정집이지 약품 공장이나 회사는 예전에도 없었다”고 확인시켜 줬다. 공정한 법 집행을 해야 할 시가 근본도 갖춰지지 않은 유령회사와 부당한 거래를 한 정황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시 보건소와 J약품과의 1인 수의계약 체결은 메르스 발생 기간에도 존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6월19일, 소독제와 살균제구입 명목으로 799만2000원, 6월23일 소독용품 구입비로 151만9000원 등 비교적 적은 금액이지만 거래가 확인됐다. 그 당시도 이 회사의 소재지는 매정길 44로 등재돼 있다.

그 후 5년 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시 보건소는 이 업체에게 엄청난 금액의 1인 수의계약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지난 2월24일, 감염병 긴급대응 휴대용 손소독제 구입비로 9318만원, 2월28일 코로나19 긴급대응 물품구입(손소독제)-100ml 명목으로 4950만원 등 1억4268만원을 수의계약해 줬다. 그리고 지난 5월6일과 14일 문제의 락스구입 계약까지 3개월 동안 무려 5억3000만원 규모를 부적격 업체에게 특혜를 준 셈으로 업체와의 유착 의혹 또한 받고 있다.

시에서 제조업을 하는 한 시민은 “수의계약 조건을 완벽히 갖췄다고 해도 번번히 고배를 마실 정도로 1인 수의계약이 어려워 먹고 살기 힘들다. 어쩌다 2천만원짜리 수의계약이 성사되면 잔칫집 분위기”라며 “구리시가 아닌 먼 지방의 업체와 그것도 락스와 전혀 관련이 없는 유령회사에게 수 억원의 계약을 밀어준 사실에 시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비애를 느낀다”고 심정을 밝혔다.

또 다른 시민은 “락스 수의계약과 관련된 공직자들이 계약회사의 실체를 몰랐거나 알았거나 간에 그에 상당하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시민의 귀중한 세금을 소홀히 다루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함께 대책도 세울 것”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한편 시가 락스를 추가로 구입한 5월14일, 계약금액 2억1654만원이 하루 지난 15일자로 설계변경, 4314만 원이 줄어든 1억7340만원으로 수정 조작됐다는 보도를 했다. 이 계약의 준공 날자는 5월18일이다. 지방계약법률 제18조제2항에 의거 시는 J약품으로부터 물품대가지급의 청구를 받은 날부터 5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5월23일 안에 사업이 종료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J약품은 1억7340만원을 청구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준공한지 38일이 지나도록 시는 현재까지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어떤 연유일까. 눈여겨 볼 일이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