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문 성남시의회 전문위원

지난 1년 동안 분당구 이매2동장으로 근무하면서 정들었던 아름마을을 뒤로하고 2019년 1월 1일자로 성남시의회로 근무지를 옮겼다. 성남시의회 행정교육체육위원회 전문위원이다. 소속 상임위원회 부의 안건을 검토하고 위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이번 임시회에도 6개의 조례안이 상정되었기에 심도있는 토론을 거친 후에 의결이 될 것이다. 조례안을 검토하다 보니 거슬리는 낱말이 크게 확대되어 눈에 들어온다.

‘및’이라는 낱말이다. 공문서에도 자주 등장하고 각종 시책을 추진하는 계획서와 업무보고서에는 물론 이거니와 특히 각종 법령에 수없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 ‘및’이라는 낱말을 과연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걸까? 그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그밖에 또’라는 뜻으로 문장에서 같은 종류의 성분을 연결할 때 쓰는 부사, 앞뒤 내용을 연결할 때 쓰여 두 어구를 이어주는 낱말인 것을 알 수 있다. 부사 ‘그리고’나 조사 ‘~과/와’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 및 어머니가 없는 20세 미만 대입 합격자에게 장학금 1천만원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신설하려고 한다. 그러면 1천만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몇 가지일까? 아버지만 없는 경우, 어머니만 없는 경우 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없는 경우로 해석을 달리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그렇게 조례를 규정한다면 이해관계가 얽혀 실제 집행에 있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석되는 것은 부사 ‘및’이라는 낱말의 의미를 어떻게 알고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게 마련인 것이다.

성남시의회는 2018년 8월부터 조례정비특별위원회 구성하여 2019년 12월까지 활동하고 있다. 주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거나 유명무실한 조례, 상위법령 개정으로 인해 상이하거나 사회 환경에 비추어볼 때 존치 필요성이 없는 조례, 지역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조례 등을 정비함으로써 시민생활의 편의와 진정한 자치행정을 구현 하는게 그 목적이다. 여기에다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조사와 부사 등도 꼼꼼히 그 의미를 확인하여 바꿀 것은 바꿔야 하겠다.

가령 ‘가 및 나’라고 표현할 때에 있어서 ‘가’와 ‘나’ 모두를 포함하고자 하면 ‘가와 나’ 또는 ‘가 그리고 나’라고 해야 맞고 ‘가’나 ‘나’ 중에서 어느 하나라는 뜻을 표현하고자 하면 ‘가나 나’라고 하거나 ‘가 또는 나’라고 표현해야 맞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주간업무계획 및 업무보고’는 ‘주간업무계획과 업무보고’로 고쳐 쓰면 좋겠다. 이번에 상정된 조례안을 살펴보면 ‘초‧중‧고등학교 선수 중 시 대표선수단 및 성남시 체육회장이 추천하는 선수의 훈련’에 있어서는 사용료를 감면해 줄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시 대표선수단이거나 성남시 체육회장이 추천하는 학생운동부인 경우 둘 다 해당되므로 위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및’은 ‘또는’으로 바꾸는게 맞을 것이다.

사실 필자도 예전에는 ‘및’이라는 낱말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뜻한바 있어 지난해에 국어 교육을 새로이 받으면서 부터는 보이는 것들이 많아졌다. 식당에 가면 흔히 메뉴판에서 볼 수 있는 ‘만두국’ 평소엔 그냥 지나쳐 왔지만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사장님한테 가서 ‘만둣국’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거라고 얘기하고 싶은 걸 꾹 참았지만 지금도 식당에 가면 메뉴판만 크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쳐야 한다. 좀 피곤하기도 하고 ‘크게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니 그냥 둬도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은 후에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및’ 대신 ‘과’와 ‘나’를 쓴다면 문맥이 훨씬 부드럽고 우리말이 되살아남을 알게 될 것이다. 요즘 극장가에 ‘말모이’라는 영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어렵고 참혹했던 시기에 한글을 지켜내는 이들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충분한 귀감이 된다. 작은 것 하나라도 우리가 실천해 낸다면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께서 크게 기뻐하실 것이다. 또한 세계의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앞 다투어 배우고 있는 우리말 한글을 모호하지 않게 사용함으로써 그 들이 올바르게 배우고 익히는데 있어서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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