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문 성남시 분당구 이매2동장

우리는 오랫동안 예측행정을 해오면서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사용해 왔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주택정책, 홀몸노인 지원책, 여성정책, 평생교육, 관광개발, 전력수급, 중앙정부의 교부세 산정, 지역경제 활성화, 성인병 대책 등등, 1990년 전후를 돌이켜 보면 대표적인 인구 억제책인 산아제한을 위하여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를 얼마나 외쳤던가? 지금에 와서 사정은 달라졌지만 인구는 국가 운영의 중요한 통계로써 그 중요성 때문에 주민등록과는 별개로 총 조사를 실시한다.

어떠한 행정을 필요로 할 때 손쉽게 적용되어 지는 것이 있다. 바로 주민등록 인구수 이다. 성남시의 사례에서도 다르지는 않다. 지난 10월 각 동별로 치른 시민 체육대회를 살펴보더라도 그랬다. 체육대회 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아름마을 아파트 단지 입주자 대표 간담회에서는 ‘체육대회 예산 배정 시 동별 주민등록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으니 실지 참가인원을 감안하여 배정하는 것도 고려해 달라’는 의견이 있었고 이를 시에 건의하였다. 사실인즉 주민등록 인구수가 작은 이매2동은 다른 동에 비해 예산을 적게 배분받았다. 하지만 주민등록 인구가 많은 여러 동보다 실제 참여인원이 많다는 것을 아는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앞으로도 아름마을은 예산을 배분받을 때 인구가 많은 다른 동보다 적게 받아야 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성남시는 대한민국 도시개발의 원조이며 발전과 함께 살아있는 역사이다.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의해 청계천의 복개와 고가도로 건설에 떠밀려 광주대단지 조성사업이라는 가면을 쓴 채 시작된 그 역사는 현대에 이르러 천당 밑 분당과 테크노밸리를 안은 판교로 대표되는 중앙정부의 신도시 개발 수혜 지역이며 서울에 쫓기어 버려진 황무지에서 지금을 일구어낸 자랑스러운 시민들의 도시이기도 하다. 나 또한 그랬다. 성남으로 갔다는 형의 자취를 따라 아버지와 함께 온 이곳, 성남의 광경은 처참했다. 다른 이들보다 사정이 조금 나았지만 제때에 물마시고 제 시간에 배변하는 것은 사치였다. 엄마를 따라 산에 가서 나무를 주워다가 넣을 수 있는 아궁이가 있었던 것은 큰 사치가 아닐 수 없었다. 급조된 군용천막에서 새우잠을 자고 적당히 눈곱을 떼어낸 후에 달려간 공중변소엔 줄이 까마득하였고 물을 배급받아 대충 끼니를 때우는 이가 얼마이었던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성남시민이지만 요즘 몹시 부러운게 있다. ‘특례시’ 지정에 한발 다가선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의 시민들이다. 그들은 인구 100만 명을 넘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였고 그래서 중앙정부는 우릴 새로운 시민의 대열에서 뺄 작정이란다. 그래서 부럽다. 하지만 기죽지는 않는다. 우린 그들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기에 자랑스럽고 특히 인구에 포함 안 된 10만여 명의 판교 테크노밸리 전사들 대한민국 미래의 꿈을 보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세상은 바뀌었고 성남시도 세상의 중심에 서서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공무의 원천이며 정부를 이끄는 힘의 기본은 긍정적 사고이며 백성을 위한 민본정치는 거기에서 출발한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은 오로지 백성을 위한 마음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우리 글 ‘한글’을 만들어 냈다. 그에게는 첫째도, 둘째도 나라의 근본인 백성을 위한 마음만이 있었다. 우린 그것을 애민愛民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순항하고 있는 지금에 이르러 중앙정부는 기초자치단체가 소위 “지방정부”라고 불리며 어깨를 나란히 하여도 눈치를 주지 않고 눈을 부릅뜨지 않는 큰 형님의 너그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30여년 만에 지방자치법을 과감하게 손질하고 그에 근거하여 행정, 재정 운영과 국가의 지도·감독권을 느슨히 하는 등의 특례를 부여하려 하는 것 아닌가?

주민등록 인구 수를 가지고 행정수요를 예측하는 건 낡은 수법이다. 주민등록 인구는 그저 숫자이고 통계일 뿐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을 술좌석 안주거리로 자연스럽게 꺼내 놓는 시대이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 구축한 빅데이터 저장고에 들어가 데이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때이다. 중앙정부든지 지방정부든지 그러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나간 일을 꺼내어 교훈을 삼기도 하며 행정수요를 예측하고 정책을 펼치는 자료로 삼는 때이다.

중앙정부에 청한다. 낡은 통계의 우물을 과감하게 버리거나 그렇지 못한다면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 두기를… 중앙정부에 묻는다. 현재를 진정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최신 통계와 빅데이터를 책상위에 꺼내놓고 하나둘 세어가며 행정수요를 따져 볼 의향은 없는지…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