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경기=홍정윤 기자] 1000억원 규모의 서울시 공사에서 상부 강판을 빼 안전 우려 논란이 된 업체는 현역 중진 국회의원 아들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1000억원 규모의 서울시 공사에서 상부 강판을 빼 안전 우려 논란이 된 업체는 현역 중진 국회의원 아들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신용분석 세부내역.
1000억원 규모의 서울시 공사에서 상부 강판을 빼 안전 우려 논란이 된 업체는 현역 중진 국회의원 아들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신용분석 세부내역.

 

◇세상에 드러난

MBC는 지난 8월 28일 ‘서울 양천구 국회대로의 지하차도 공사를 시공할 업체가 시공방식인 강관 압입 공법(STS 공법)에서 상부의 강관을 넣지 않기로 해서 붕괴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단독보도를 했다.

MBC는 강관 압입 공법에 대해 ‘지반의 단면에 강관들을 가로로 꽂아넣어 위쪽이 막힌 ㄷ자 모양의 구조물을 만든 뒤 흙을 파낸다는 공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MBC는 ‘강관들을 연결해 압력을 견디도록 하는 게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번 공사에선 위쪽 강관을 넣지 않기로 했다는 거다’라고 꼬집었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도 이와 관련해 2023년 9월 25호 학회지에 서울시의회 박강산 민주당 시의원의 제320회 임시회 시정질문을 소개했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지는 박 시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질의한 “토목구조 전무가 자문에 따르면 상단 강압 압입 과정이 생략되면 공사비는 절감되지만, 누수와 내부 구조물 균열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성 우려가 있다”라는 주장을 언급했다.

아울러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지는 ‘상단에 강관 압입 과정을 생략 함으로써 약 170억 정도 공사비가 절감되는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지하대로 상단 강관 압입 생략의 주된 이유 중 하나 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서술했다.

◇시공 실적이 주요 평가 내용인데 실적이 없다?

MBC는 공사 입찰에 지원한 업체들 상대로 진행한 평가에 대해 ‘일부 공법선정위원들이 구체적 검증을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라며 ‘한 평가위원은 “업체가 제출한 자료만 가지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또 MBC는 위 보도에서 1·2차 심사 대상이었던 ‘시공 경험’에 대해서도 ‘평가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라며 ‘이번 지하차도 계획처럼 상부의 강관이 없는 형태로 시공한 적 있냐는 질의에 업체는 아무 답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시의회 박강산 민주당 시의원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공법 선정 입찰 평가 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박 시의원은 “1차 정량평가에서 ‘실적’ 비율이 과도하게 책정됐다. 총 30점에서 무려 22점을 차지한다”라며 “서울시 공법선정위원회에 공고된 총 50건의 사례를 전수조사하니 한 부문이 70% 넘게 책정된 사례가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시의원은 “정성평가에서도 시공성 항목에서 ‘시공 실적 포함’이라고 명시했다. 중복평가를 대놓고 한 것”이라며 “담당 부서 문의 결과 신기술과 특허공법 선정 중에 중복평가를 한 전례는 없었다고 한다”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방재시설과는 박강산 시의원이 ‘해당 업체가 정량평가 과정에서 80m 이상을 만점의 기준으로 잡은 사유’에 대한 질문에 ‘공사의 난이도 등을 고려해 시공 경험이 충부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실적 만점을 80m 이상으로 적용했다’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누구 것?

기업신용분석가인 K-Report는 입찰된 위 업체에 대해 2023년 10월 15일 기준 경영진 현황 분석을 대표이사로 등기된 손 모씨가 아닌 비등기 A씨를 실제경영자로 명시했다. 

또한 K-Report는 주요주주현황에서 이 업체의 77.45% 지분을 소유한 B회사 대표자 두 명 중 한 명에 A씨의 이름을 적시했다.

A씨는 중진현역 국회의원 C씨의 직계 비속으로, C국회의원은 과거에도 건설 관련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두 번째로 높은 지분은 농협은행 국회의원회관 출장소로 7.29%를 소유했으며, 농협은행 국회의원회관 출장소는 백지신탁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또 K-Report는 위 업체가 2020년 12월 2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졌으며, 2022년 8월 24일 회생절차를 종결했음을 밝혔다. 

K-Report는 이 업체의 재무비율분석에서 2021년 12월 31일 기준 부채상환계수는 -10,232.86%(업계 평균 53.96%), 2022년 12월 31일 기준 0%(업계 평균 23.21%)로 분석했다.

부채상환계수는 현금흐름분석표상의 영업활동 후 현금흐름이 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금융비용을 어느 정도 상환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높을수록 좋다.

◇신기술을 적용해 선정됐는데 신기술이 안 쓰인다?

서울시는 ‘비개착 공법 선정’ 공고 제2023-10호에 명시한 입찰 참가 자격에 ‘비개착 공법에 관한 신기술, 특허 공법 보유자로 권리 행사에 어떠한 제약도 없어야 하며 우리 시와 위 신기술 및 특허공법에 관하여 사용 협약에 동의하는 업체’라고 밝혔다.

위 업체는 ‘지중 구조물을 축조하는 강관루프 공법 및 그루프구조체 및 그 강관의 구조’ 특허·신기술 비개착 공법을 적용해 입찰했다.

박강산 시의원은 시정질문에서 “신기술·특허 공법을 선정하는 입찰이기 때문에, 제출한 특허를 활용하여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특허와 다른 공사 방식이 활용된 것”이라며 “특혜 의혹 차원을 넘어 또 다른 문제다”라고 짚었다.

서울시는 위 논란들에 대한 상황을 묻자 ‘자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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