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이초 교사사망 원인 교권 추락으로 규정
[일간경기=홍정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라고 지시해, 폐지와 보완 사이에서 논란이 있던 위 조례는 결국 수술대에 오를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24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과 지자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서이초 담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지고 서울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6학년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자 이같이 지시한 것이다.
또 이주호 사회부 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일선 학교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생활지도의 범위·방식을 규정한 교육부 고시안을 8월까지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언급했다.
즉 정부는 서이초 담임교사 사망의 중요 원인을 교권 추락으로 규정하고, 과도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한다고 분석한 것이다.
△폐지와 보완 갈등 서울특별시의회와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학생인권조례는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조례로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공포했다.
서울시교육청도 2012년 이를 도입해 체벌과 두발 규제 등을 금지하고 학생들이 인격적 대우를 받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지난 2월14일 이를 폐지하자는 주민 조례 청구를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청구 수리하며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김혜영 서울시의원은 지난 6월13일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조희연 교육감에게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료를 언급하며 “2022년 교육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 이유로 조사 대상자의 42.8%가 학생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개정을 요구했다.
당시 조희연 교육감은 “교권 추락에 대해서는 인정이 된다”면서 “극단적인 사례는 학생·학부모·교직원인데 주로 학부모가 많이 있다. 최근 학생도 일부가 있는데 예외적인 경우 학생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도전적·공격적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긴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조희연 교육감은 “학생 인권과 책임 간 균형은 조례 내부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보호를 병행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김혜영 시의원은 “교육기본법과 같은 상위법에서도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학생인권조례에서 삭제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김 시의원의 지적에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하지 말자는 취지지 통상 얘기하는 것처럼 동성애를 부추긴다든가 그런 것하고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다양성 존중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라고 반박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보다 현장 목소리 청취가 우선이다.
지난 4월 전라북도교육청은 ‘교육 인권 증진 기본 조례’ 부칙으로 학생인권 보장을 축소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의회 박강산 시의원은 지난 18일 아주대학교 법학대학원 오동석 교수·전북평화와인권연대 채민 상임활동가 등과 진행한 관련 토론회에서 “학생인권과 교권은 충돌하는 개념이 아닌데 잘못된 의제 설정으로 정치적 프레임이 짜졌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주대학교 법학대학원 오동석 교수는 “인권은 지방의회의 결정에 맡겨질 수 없는 헌법적 규범이기 때문에 학생 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앞서 김혜영 서울시의원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경기도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때 참고한 美 뉴욕시의 ‘학생권리 및 책임장전’에는 학생의 권리와 자유만큼 학교에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혜영 시의원은 “美 뉴욕시의 ‘학생권리 및 책임장전’에는 학생이 책임을 위반하면 징계 규정에 따라 징계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조례의 개정을 요구했다.
이같이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침해를 연관지어 폐지와 개정·보완 등으로 이견이 엇갈리는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의 개정 발언으로 조례의 대거 축소가 전망된다.
이에 한국노총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 초점이 학생인권조례 쪽으로 맞춰져 있다”며 “교사들의 제보가 잇달아 들어오는데, 노총이 이를 챙길 것이 아니라 교육부가 우선적으로 현장파악을 하고 교권과 인권 조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노총 관계자는 “교육부 입장에서는 손쉬운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폐지는 관료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처사다”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