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몰 수원점 압사사고 등 가정
32개 민‧관 기관 500여 명 참여

[일간경기=김인창 기자] 경기도의 119센터에 신고전화가 걸려온다. 수원 롯데쇼핑몰의 에스컬레이터가 역행하며 압사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장은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리고 에스컬레이터 위로 넘어진 사람 밑으로는 훈련용 인형인 더미들이 깔려 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사람들을 구조하고 현장을 정리한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이 현장은 12월8일 경기도가 압사사고 등 사회재난 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기위한 32개 민‧관 기관이 총동원된 기관 합동훈련현장이다. 

10‧29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이날 훈련에는 경기도와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경찰, 한전, KT 등 32개 기관 500여 명이 참여했으며 헬기 3대 등 장비 85대도 동원됐다.

앞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0.29 참사 열흘 만인 지난달 10일 사회재난 합동훈련 실시 등의 내용을 담은 도민 안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훈련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김 지사의 약속을 실행으로 옮긴 첫 번째 기관 합동훈련이다. 

이날 훈련은 신고접수 → 상황판단 → 상황전파 → 사고대응 → 재난현장 수습‧복구 등의 순으로 실시됐다. 경기도는 이날 합동훈련은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재난에 대비해 시스템과 매뉴얼의 실제 작동 점검을 위해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구조대는 시민들을 팔에 끼운 빨강, 노랑 띠 등으로 응급, 긴급 등의 상태로 분류해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백화점 외부로 후송했다. 다수 사망자 발생 상황에 따라 구조대 인원들이 동선을 확보하고 추가 구조 인원을 목청껏 요청하는 등 10.29 참사 당시의 현장 분위기가 나오기도 했다. 

12월8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롯데몰 수원점에서 경기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수원시, 경찰, 의용소방대 등 관련 기관들이 합동으로 환승역 쇼핑몰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압사 · 교통사고 다수 사상자 대응에 대한 2022년 사회재난 대비 道-기관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12월8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롯데몰 수원점에서 경기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수원시, 경찰, 의용소방대 등 관련 기관들이 합동으로 환승역 쇼핑몰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압사 · 교통사고 다수 사상자 대응에 대한 2022년 사회재난 대비 道-기관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9시20분께부터는 탈출 과정에서 가벽이 붕괴돼 시민들이 매몰되거나, 혼잡한 상황에서 대형버스와 승용차 간 교통사고도 연쇄적으로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사고 승용차 상부를 절단해 부상자를 구출하거나 버스 창문을 깨 부상자들을 후송했다.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훈련결과 총 12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사망 20명, 부상 1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에스컬레이터 사고 상황 시 ‘거동가능한 대피자’ 역할을 맡았던 대학생 김재훈 씨(20)는 “아무리 안전하게 대비해도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게 사고인데 실제 현장처럼 상황을 만들어 훈련하니 느끼는 바가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조대 역할을 한 수원남부소방서 재난대응과 소속 배준영 소방위는 “구조대원으로 여러 훈련을 했지만, 오늘처럼 여러 기관이 모여 실제처럼 분주히 움직인 건 처음이다. 그래선 안 되지만 혹시라도 또 참사가 일어날 경우 값진 경험으로 돌아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훈련에서 현장을 살펴보면서 무전으로 구조를 지시하고 재난안전통신망을 시연하는 등 전체적인 훈련상황을 지휘했다. 

12월8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롯데몰 수원점에서 열린 2022년 사회재난 대비 道-기관 합동훈련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재난 상황 발생 및 구조활동에 대한 훈련을 살펴보고 훈련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12월8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롯데몰 수원점에서 열린 2022년 사회재난 대비 道-기관 합동훈련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재난 상황 발생 및 구조활동에 대한 훈련을 살펴보고 훈련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김동연 지사는 훈련 후 진행된 강평을 통해 “오늘 사회재난훈련은 처음부터 실제상황처럼 하자고 제가 얘기를 했고, 저도 훈련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참여했다”며 “10월29일 참사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끔찍한 일이었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예방과 초기 대처가 미흡한 것에 대해서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이 대형으로,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에 따라 훈련한 것은 아마 최초일 것”이라며 “우선 첫째로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저를 포함해서 도청, 또 모든 관계기관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오늘 훈련처럼 관계기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서 신속하게 대처하고 최소한으로 피해를 막고 부상 당하신 분들이나 가족분들에게나 최대한 성의를 다해서 치료해드리고, 위로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또, “이와 같은 사회재난은 어디서 벌어질지 모른다. 지하철역일 수도 있고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일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을 감안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막아볼 수 있도록, 대처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단단히 만전을 기해주십사 부탁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도는 앞으로도 다양한 유형의 사회재난 상황을 가정해 관계기관 합동훈련을 정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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