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실 기자
이형실 기자

필자가 기자 신분으로 구리시청에 출입한 지 30여 년이 지났다. 물론 구리시 토박이이긴 하지만 직업인으로 30년을 넘게 시와 연을 맺기란 흔한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하기 전부터 출입했으니 ‘지방시대의 구리시’를 꿰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민선 초대에서 제7대에 이르기까지 4명의 시장과 함께 했기에 나름대로 그들의 자질, 능력 등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혜안도 생겼다. 특히 지금 7대의 경우 더욱 그러했다.

전국은 지금 6월1일 지방 선거의 열기가 용광로를 방불케 한다. ‘선거’ 하면 떠오르는 후보 단일화, 이번에는 구리시에서 벌어진 황당한 단일화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역대 선거에서 나타났듯 ‘후보 단일화’는 선거의 변수로 작용한다. 이 같은 단일화는 우월한 세력이 가진 후보에 대항키 위해 세력이 약한 후보들 간에 맺는 일종의 협상으로 승리가 목적이다. 즉, 단일화는 진영이 다른 세력들 간에 이뤄지는 게 일반적 상식인 것이다. 그런데 같은 진영에서 단일화하는 기이한 일이 구리시에서 벌어졌다. 1995년 지방자치가 시행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이 사건이 일어난 배경과 이유는 뭘까.

현재 구리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현역 시장의 프리미엄으로 경선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어 후보로 낙점되는 건 당연지사, 모두 그렇게 되리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현 시장을 경선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같은 당 소속 전, 현직 의원 3명이 후보 단일화에 나선 것이다. 현 시장을 향해 ‘당신은 안돼’라고 암시하듯 이들의 단일화는 어쩌면 자신들이 소속된 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조치였는지 모른다.

단일화에 나선 이들이 지역정가에 미치는 입지는 상당하다. 어떠한 일을 맡겨도 충분히 수행할 능력이 있는 지역당의 재목이라는 점이다. 단일화에서 시장 후보로 선택된 A씨, 3선의 시의원으로 의장을 3번 역임한 인물이다. B씨는 2선의 시의원으로 부 의장을 역임하고 2번의 시장 후보에 도전한 경력을 갖고 있다. C씨의 경우 2선 의원으로 시 의장을 지냈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현 시장과 경합을 벌여 0.7% 차이로 석패했다. 이렇듯 막강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런 위치인데도 이들은 지역당의 처분에 따라 역대 선거에 임했다. 공천의 다툼보단 양보를 앞세웠다는 뜻이다.

그런 이들이 왜, 파란을 일으킨 걸까. 이들은 “현 시장의 4년 임기동안 독선적인 시정운영과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 이에 대한 수사 등으로 지방선거를 치룰 수 있을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안승남 시장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과 부정적인 인식이 지역사회에 팽배해 시장선거는 물론 도, 시의원 선거 모두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단일화의 이유였다. 이들의 말마따나 현 시장은 4년 동안 어떤 행적을 보였길레 기를 쓰고 단일화를 추진했을까.

2018년 7월, 자칭 운동권 출신에다 전대협 간부였다고 밝힌 좌파 성향의 젊은 정치인이 구리시장에 취임했다. 시민들은 젊기에 시정을 진취적으로 이끌 줄 알았다. 그러나 임기 내내 시장으로서의 자질론과 연관된 볼 성 사나운 일들이 끊이질 않았다. 언행 불일치, 표리부동 등으로 빚어진 자질구레한 일들은 차치하고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례들이 많이 발생했다.

이 시장은 신문고 형태의 청와대 게시판에 무려 5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0년 2월17일, ‘독단행정을 저지해 달라’, 7월15일, ‘막장 행정을 고발합니다’, 8월24일 ‘구리시 코로나 동선 공개 요구’ 9월14일, ‘구리시의 하극상 중간시켜 달라’ 2021년 8월31일,‘구리시장의 권력 사유화와 정치보복 등을 조사해 달라’ 등이다. 시장의 신분으로서 한 번이라도 올랐다면 본인은 물론 시민들에겐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다. 한 시민은 ‘구리시민 행복청원’ 게시판에 ‘구리시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아 주세요’라는 청원도 올렸다. 얼마나 ‘목불인견’이었으면 그랬을까.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다. 오히려 당당하다.

재난안전대책본부장 신분인 시장은 코로나로 생사의 갈림길에 신음하고 있는 시민을 팽개치고 시 경계를 벗어나 건설업자들과 원정 골프를 즐겼다. 전시 상황에 시민을 돌봐야 하는 시장으로서 전혀 책임의식이 없는 행동이다. 관선 시장이었더라면 정상적인 국가라면 파면감이다. 시민은 바이러스로 내일이 겁나는데 자신은 일반인들이 생애 한 번도 맛볼 수 없는 고급 음식과 술 등을 이해관계가 있는 업자들로부터 향응을 받았다. 그런데도 ‘뭐가 문제냐’라는 투다.

이뿐인가. 한 공중파 방송은 시장의 그릇된 행동을 지적하기 위해 중요 뉴스에 편성하고 4일간 연속 방영했다. 2021년 1월27일, ‘구리시장 아들 병역특혜 의혹’ 28일 ‘3조 사업 앞두고 골프치고 고급 식당에’ 29일 ’구리시장 측근 자식까지 채용, 음주 운전해도 무탈‘과 2월18일 구리시장, 지인 건물에 전세 계약부터...수상한 이전’ 등이 보도됐다. 고발하는 내용이 4일 연속 방송되는 사례는 방송사 차원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얼마나 황당한 사례라면 그랬을까.

시장은 시의 주인이 시민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시청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시민 6명을 고발했다. 또 시장은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알리는 시민에게 보복 행정을 했다. 집권으로 ‘고시’를 만들고 휴일에 직원들을 시켜 2시간 동안 쫓아다니며 과태료 5장(50만원)을 발부케 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이 시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렇듯 시장의 부적절한 행위를 보다가 참지 못한 시민단체는 ‘주민소환제’를 추진하기도 했다. 비록 무위로 끝났지만 말이다. 이러한 사실은 팩트에 근거한 내용으로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다.

이번 단일화에 대해 구리시장 측근은 ‘야합’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그러나 다수의 시민은 “같은 당원인데 시장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속이 시원하다. 사필귀정이다”라는 반응이다. 한 시민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잘못된 일을 관대하게 여기면서 자리를 지키려는 지도자는 정말로 나쁜 지도자”라고 했다. 어쨌거나 단일화에 나선 이들은 ‘구리시민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시장,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꾼이 아닌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참 일꾼’이 되겠단다.

6월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은 뜬금없이 시민에게 돈을 푼다. 빠듯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명목으로 이달 21일부터 내달 20일까지 개개인에게 6만원씩 지급한다. 금권선거라고 시비 걸 일은 아니지만 줄려면 많이 줄 일이지 6만원이 뭔가. 지도자의 덕목은 정직과 인격 그리고 책임감이라는 정리한 컬럼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니 돈이냐 내 돈이냐 마구 뿌려대는 지도자는 제정신이 아니다. 내 집 살림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그 짓 못한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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