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무 기자
정연무 기자

얼마 전,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한 인사의“시위 단체 내부 회의때 광우병 팩트에 대해선 한번도 논의하지 않았다“는 고백이 충격적이다, 덧붙여, 그는 “국민 건강을 위해서 시위를 한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정치적으로 이용할 궁리만 했다”고 했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금방이라도 ‘뇌 송송 구멍 탁’이 되는 것처럼 선동했지만 정작 광우병의 과학적 검증등 팩트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제주 해군 기지 건설 때 환경 단체의 반대가 그러했고. 천안함 폭침 음모론이 그러했다, 그리고, 국내 최대 참외 생산지인 성주 농가를 파산에 이르게 한 ‘사드 관련 괴담’이 과학적 증거를 무력화시켰다. 그렇게 21C 대한민국에서 도를 넘어선 거짓말이 괴담을 낳고, 그 괴담이 거짓 수렁에 빠진 정치와 화학적 결합이 되면서 괴물이 되었다. 

이렇게 질적(?) 도약을 이룬 ‘거짓말 괴물’은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 가짜를 퍼트려 법치를 파괴하고, 매사에 전문가 행세를 하며 거짓말을 끝없이 이어갔다. 진짜 전문가들의 과학 지식과 진실 따위는 애당초 무시했다. 그저 극미한 위험을 부풀려 사회적 공포를 조성하고, 극단적 주장을 반복하며, 반정부 정치에만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의 몫이 됐다.

◇이번엔 ‘후꾸시마 오염수” 

지난 20여 년간 가짜뉴스와 허위선동을 숙주 삼아 덩치를 불린 이 괴물이 이번엔 기민한 조직력, 치밀한 기획력을 얹어‘후꾸시마 오염수”로 돌아왔다.이번에도 과학이나 진실 여부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목청 높여 괴담의 영역을 더 넓히는 것에만 집중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공격에 나서고 있는 민주당과 일부 좌파세력은 ’핵 폐수 투기‘’세슘 우럭‘같은 자극적인 언사로 국민 겁박이 우선이다. “정화된 후꾸시마 오염수는 1리터라도 마실 수 있다”고 말한 이 분야의 세계적 석학 ’웨이드 엘리슨 교수(영국,옥스포드대)‘를 ’돌팔이‘로 매도하고, 후꾸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안전기준을 충족한다는 국제 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는 “깡통 보고서”라 주장한다. 그간 그저 사실을 조작하고, 무심했던 ’거짓말 정치‘가 이번엔 과학마저 부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해서, 이들의 주장은 더 이상 법칙도 과학도 아니다. 주관적 원망(願望)에서 비롯된 객관없는 이념의 유희일 뿐이다.

어쨋든, ’21세기판 천동설‘같은 이들의 주장으로 인해 또 다시 대한민국에서 소금과 건어물 사재기가 일어나고, 어업인들은 이미 된서리를 맞았다.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계속 금지한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삶의 근간을 송두리째 잃은 어업인들이 거리로 나와 “우리 바다와 수산물을 오염시키는 진짜 장본인은 이 사안을 정치에 활용하는 정치인과 언론, 가짜 전문가들”이라며 “코로나로 힘들었는데, 이제 또 가짜뉴스 때문에 죽게 생겼다”고 호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필자(筆者)는 문득 “정직한 좌파는 똑똑하지 못하고, 똑똑한 좌파는 정직하지 않다”는 ’레몽 아롱‘의 글귀가 떠올라 스스로 짠해진다. 

◇과학은 팩트, 숫자의 영역

과학은 팩트, 숫자의 영역이다, 또한, 인류는 사실에 대한 ’판단‘에서 과학을 넘어서는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일본이 방류한다는 오염수의 양은 지난 2011년 사고로 인해 자연 방류됐던 ’오염수‘의 1/1000이고, 그것도 국제기구의 검증을 받은 ’오염 처리수‘를 30년에 걸쳐 방류하겠다는 게 팩트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된 물이 하루에 300t씩 빠져나갔고, 바로 옆의 우리 해역에서는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방류한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돌고 돌아 미국 사람들의 식탁부터 호주와 남태평양 참치잡이 선장 집 식탁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괴담이 떠돌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특히 ‘환경 문제’와 ‘국민 안전’을 겁박하는 ‘괴담 정치’로 이미 수조원(추정)의 사회적 비용을 허비했다.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광기의 시간’에 진실이 협박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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