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충만한 감성‥ 작가의 '결기'

[일간경기=정연무 기자] “그림은 철학이 만들어 내는 시·공간 속 아름다움의 압축이다. 형체와 색깔로, 그림은 실체를 드러낸다. 신비로운 정서와 감히 근접조차 어려운 신성의 자연이 그러하다.”

겹겹이 자연을 닮았다. 

아니다. 작품마다 벼름 벼름, 두문불출 그리움을 쏟아내니 그동안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불가(不可) 비경(秘境)이다.

나무·바위·풀 한 포기에, 안개·구름·바람을 한테 어우러 계절을 만든다. 

그 장단에, 작가의 일상성이 내재 되어있던 잠재(潛在) 사유(思惟)가 회화적 ’빛‘으로 드러난다.

꽃을 그리면 꽃의 향기가 그곳에 있고, 바다를 그리면 넓은 바다에 있다. 산을 그리면 산이 산을 기리며 깊은 소리와 냄새를 맡는다.

스스로 밖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으나 이미 체화(體化)된, 조윤서의 그림은 그렇게 시간을 말아 쥔 채 자연의 혼(魂)을 소환한다.

조윤서는 수백 년의 시간 속에서 자연이 깎아 놓은 험준한 산세와 그 깊은 골에 누워 있는 계곡을 바라보면서 “인간은 단지 시각적으로만 자연의 위대함을 관찰할 뿐”이라고 말한다.

조윤서는 운해에 뒤덮인 산을 새벽녘에 바라본 풍경을 담은 ‘계곡으로 가는 길’에서 자연의 존재를 위해 자기애의 독자적인 개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더욱 심오하게 발전시키는 도전적인 태도를 표현한다.

짙푸른 숲이 새벽이슬을 머금은 희뿌연 안개로 몸을 감싼 채 내뿜는 날숨이 코로 훅 들어온다. 계곡을 오르는 사이 몸 안 세포들이 잠에서 다행히 깨어나 아침 해 맞을 채비를 한다.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멀리 계곡의 신성함은 초록과 노랑을 머금고, 잘 배치된 신비로움으로, 그렇게 범인의 어두워진 일상들을 휘황한 희망으로 바꾼다. 하여 복잡하고 무질서했던 범사가 마술처럼 화려한 희망으로 물든다. 

조윤서 서양화가가 그려낸 '계곡으로 가는 길' 자연 그대로의 투명함을 담아내면서도 그 안에 드리워진 그녀만의 철학이 돋보인다.
조윤서 서양화가가 그려낸 '계곡으로 가는 길' 자연 그대로의 투명함을 담아내면서도 그 안에 드리워진 그녀만의 철학이 돋보인다.

 

◇ 세렌디피티Serendipity‥ 조윤서의 준비된 ‘자연’

“세상에는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보물이 있다”는 조윤서는 그 보물을 발견하기 위한 준비와 기초로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시야와 전문가적 발상에 구속받지 않는 유연한 태도, 자신이 속하지 않은 분야에의 관심,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꾸는 노력,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겸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강조하는 작가의 ‘결기’ 

씨앗을 뿌리지 않고 거친 황무지를 아무리 뚫어지게 바라본들 싹은 절대 트지 않는다. 매일 씨를 뿌려온 사람이 그만큼 행운을 맞이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팩트이다.  왜냐하면 이는 운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행운을 불러오는 능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작가 호레이스 월폴은 이것을 '준비된 우연의 법칙' 혹은 '세렌디피티의 법칙' 이라고 불렀다

조윤서는 “오솔길·늪·들꽃·들바람처럼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느꼈던 충만한 감성들이 여전히 그림을 그리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선명한 자연으로 가득한 조윤서의 고요한 추억들이 유독 특별히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네 어린 시절, 살았던 고향 마을이 그림 속 풍경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그곳에서 발견했던 잠시 멈춰진 상태의 평온과 고요를 추억을 소환케 하면서 수백 년을 한자리에 서 있던 나무, 공기와 바람이 어우러져 조용히 우리네 마음으로 고향을 불러준다. 

이제, 조윤서는 그곳에서 느꼈던 그 평온함으로 단 한 사람에게라도 휴식을 주고 위로를 건네고 마음을 치유해 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조윤서 서양화가가 그려낸 '눈이내리네' 작품. 눈송이가 떨어지는 모습이 낙화와 닮아 마치 추억속을 걷는 느낌을 전해준다.
조윤서 서양화가가 그려낸 '눈이내리네' 작품. 눈송이가 떨어지는 모습이 낙화와 닮아 마치 추억속을 걷는 느낌을 전해준다.

◇ 조윤서의 ‘자연’ 그리고 ‘숲’

조윤서 그림의 주제는 자연이다. 물, 나무, 바람, 흙, 햇살이 우러나는 화폭 위에 붓을 놀리는 순간순간 작가의 마음결의 울림과 그 결에 담긴 염원들이 읽힌다. 그의 붓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깊숙한 숲 냄새 실린 바람결이 우리를 감싸며 그 어느 곳보다 푸근한 자연이 품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조윤서의 자연은 자신이 보고 있는 실체, 그 너머에 있었다.”

조윤서는 도시에 살면서 자연과의 연결고리를 상실한 사람들에게 자연과 결합하고 생명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설득한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하게 채워진 조윤서의 ‘자작나무’ 숲에는 오로지 자연으로 가득하다. 풍경은 살아있는 존재이고, 인물도 없고 이야기도 없이 오로지 순수한 자연만을 존재케 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작가는 자유로운 시선으로 자연만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연이 그 자체로 인간을 위한 드넓은 치유공간이 될 수 있음을 작가는‘생명’을 앞세워 설명한다. 자연에서 빌려온 아주 다양한 형태와 표면, 감촉의 자극을 통해 작가는 아주 끈질기게 세상과 교류하고 새로운 인상을 받아들이는 시도를 한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매혹은 조윤서의 그림이 세상에 관심을 품을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조윤서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2회, 입선 2회를 비롯해 △목우회 입선 4회 △구상전 특선 2회 △미술세계대상전 특선 2회 △대한민국수채화대전 우수상 △대한민국수채화 공모전 특선 △ 뉴욕 세계미술대전 금상 △ 대한민국 인물대상 문화예술 서양화부문 대상 외 다수를 수상한 바 있다.
조윤서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2회, 입선 2회를 비롯해 △목우회 입선 4회 △구상전 특선 2회 △미술세계대상전 특선 2회 △대한민국수채화대전 우수상 △대한민국수채화 공모전 특선 △ 뉴욕 세계미술대전 금상 △ 대한민국 인물대상 문화예술 서양화부문 대상 외 다수를 수상한 바 있다.

◇ 팬더믹 시대‥ 조윤서의 위로

작금의 인류는 ‘마스크’와 ’거리 두기‘로 요약되는 팬더믹으로 직면한 ’전환‘의 한복판에서 시대가 강요하는 일상의 변화에 마주하고 있다. 

시대적 재앙을 극복하는 방법은 각기 달라야 한다. 의학은 백신이나 치료제로 역할을 수행하고, 언론은 실제 상황을 가감 없이 세상에 알려야 한다. 종교는 지친 영혼을 치유하고, 미술을 포함한 예술은 정신을 다독여주는 감성 위로가 효과적이다. 

작가는 이를 위해 맑고 시원한 물에 배도 띄우고, 높은 곳에 올라 세상도 바라보며 끊임없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시각적인 특성과 이상향의 이야기를 탑재된 예술적 능력을 활용해서. 그리고 다양한 색상과 붓놀림 기술들로, 신중히 선택하고, 결합해 계곡 바람 소리와 굽이도는 물소리, 그리고 이따금 끼어드는 새소리를 담아 위로를 완성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조윤서의 자연은 사실적이어서, 초월적이어서, 숭고하다.

‘2021 조윤서 개인展’

어느새 여름이 한창이다. 비가 한차례 다녀가고 더욱 푸르고 무성해진 공원길을 벗 삼아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보자. 그것마저 여유가 없다면 조윤서가 담아낸 자연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펜더믹으로 지친 일상을 위로해보자.

조윤서 개인전 ‘자연에서 행복을 담다’는 7~13일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이트 프라자 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철저한 방역 지침 준수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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