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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완 칼럼] 일제시대에 잃어버린 경기재인청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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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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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환 편집위원

어린시절 이야기이다. 매년 음력으로 정월과 4월, 동짓달 그리고 수시로 사람들은 무당인 이웃집 아주머니를 찾아왔다. 그분은 필자를 유난히 잘 챙겨주시곤 했다. 한동네 텔레비전이 한 두 대 밖에 없던 시절, 늦은 밤이라도 텔레비전을 볼 수 있게 해주시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갖고 온 음식을 나누어 주셨다. 무엇보다 신들린 굿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구경거리가 아니었다. 여자 몸으로 아무리 신들린 사람이라고 하지만 신명나는 춤사위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목소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냄새와 무속신앙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청년이 되어서는 지역의 후배이면서 오산에서 함께 활동한 문우가 신들린 사람이었다. 굿은 하지 않지만 행위예술가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적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1919년 3.1만세운동 이후 일제는 우리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말살하는 행위를 하였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 35년 동안 많은 것을 잃고 빼앗기고 잊혀진 우리 문화유산의 뿌리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멀리 있지 않았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1865년(고종2) 경복궁 중건 공사 때 인부들을 위로하기 위해 재인청은 재인들을 불러들였다고 한다. 남사당패와 진위농악, 무용, 돌우물패 등은 최고의 인기를 얻어 흥선대원군으로부터 옥관자기를 하사받았다고 한다. 4년 전부터 오산 독산성문화축제에서는 경기재인청 공연을 시민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재인청이 무엇인가? 재인청(才人廳)은 조선시대 우리 사회의 공연 문화를 이끌었던 전문 예술인들의 조직이다. 꽹과리, 북, 장고, 피리, 대금 등의 전통악기와 가락, 승무와 태평무, 도살풀이, 양반춤, 진쇠춤, 신칼대신무 등의 춤, 춘향가·심청전 등의 판소리, 줄타기와 버나돌리기 및 각종 놀이 등이 재인청에서 연희되었던 내용들이다. 오늘날 공연과 관련한 무형문화재 및 인간문화재 등의 대부분이 재인청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니 놀라운 사실이다. 재인청은 또한 무악을 연주하는 악사를 교육시키고 굿판의 제반 사항을 관장하는 기관이었다. 예전에는 음악가를 재인이라고 했기 때문에 재인청이라고 하고 신청(神廳)이라고도 하였다. 그리고 광대청(廣大廳)·장악청(掌樂廳)·신청(神廳)·풍류방(風流房)·공인청(工人廳)이라고도 하였다. 한말 재인청은 경기도·충청도·전라도의 각 군(郡)에 두었는데, 경기도의 재인청은 수원군 성호면 부산리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바로 지금의 오산시 부산동을 말하는 것이다.

삼도(三道)의 각 군 소재 재인청의 우두머리는 청수(廳首)라고 불렀는데, 이들은 각 도 재인청의 총수였던 대방(大房)의 아래 두었던 각 도의 책임자인 도산주(都山主)로부터 행정적인 지시를 받았다. 어느 지방의 재인청에 매였던 광대나 재인들의 행정적인 업무는 청수가 거느린 공원(公員)과 장무(掌務)에 의하여 처리되었다.

한말 재인청이 관장하였던 주된 임무는 무당들의 반주음악을 담당하던 무부(巫夫)들의 무속음악뿐 아니라 그 당시 백성들을 상대로 펼쳤던 재인이나 광대들의 오락적 연예활동을 행정적으로 다스렸던 것으로 보인다.

늦었지만 지금 오산에서는 재인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역문화를 공연 기획하는 한사람으로서 기쁜 소식이다.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잘 포장해서 상품으로 만들어야 할지 진지하게 시민과 함께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인구 3만여명에 불과한 조그마한 마을 진도가 씻김굿이나 아리랑, 농요 등을 통해 문화적으로 전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사례와 안성은 재인청의 조그만 분파에 불과한 남사당패의 의미를 파악하고 시 차원에서의 지원을 통해 전국적인 남사당 바우덕이축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평택은 풍어제 및 물빛축제, 지영희 국악경연대회를 열고 있고, 진위농악(평택농악)은 평택농악보존회으로 보존되면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모든 것이 경기재인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우덕이(김암덕)와 지영희는 경기재인청에서 수학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수원은 화성과 행궁을 복원하고 정조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능행차 축제를 만들려는 야심과 함께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관광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이들보다 더욱 잠재성 있고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역사문화 자산인 재인청을 품고 있는 오산이 이들보다 뒤처질 이유가 전혀 없다. 시민과 지도자가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람이 있다면 오산시 부산동에 재인청 학교를 만들어 시민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하고, 초·중·고 및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정규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재인청 예술을 배우고 인재가 양성되면 어떨까 한다.

재인청과 관련해서 우리가 어떻게 기획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지로 화려하게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능력과 열정이 있지만 장을 펼칠 공간을 마땅히 찾지 못하고 있는 전국의 문화예술가들을 오산으로 불러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재인청은 문화와 교육, 경제, 관광, 지역 정체성 확립, 시민 자긍심 향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엄청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

일간경기  ilgang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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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 2019-01-25 10:30:30

    손작가님이 풀어 가실 시간들이 기대됩니다 응원합니다 오산의 문화터를 만들어 가는길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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