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언니 동생 하는 사이라는 C 씨는 자신이 드나들던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J 원장을 K 스포츠재단 이사장으로 앉혔답니다. 미르재단과 함께 그 재단에도 삼성은 125억, 79억씩을, SK, 현대차, LG, 포스코, 롯데, GS, 한화, KT, LS, 신세계, 대한항공, CJ, 두산, 부영주택, 금호아시아나, 아모레퍼시픽 등등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들이 알아서 척척 돈을 댔다고 하네요. 더구나 돈줄을 쥔 막강한 전경련이 추진하는 사업이라서 불황 걱정도 없을 거고요. 어마어마하게 팔자 필 뻔했다지요. 반액 세일이라서 필자가 샤워라도 할 겸 나가는 헬스클럽 관장은 아무 죄도 없는 바벨을 새벽부터 맨발로 차대며 구시렁거립니다. 눈물까지 핑 돈 걸 보니 발가락에 충격이 엄청 심했을 것 같아요. 

보기조차 힘들어졌지만, 요즘처럼 흔한 닭 말고 꿩이 많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꿩 대신 닭이란 말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름도 장끼는 수컷, 암컷은 까투리, 새끼는 꺼병이라고 부릅니다. 숲 속에서 ‘꿩꿩!’ 소리가 울리면 막대기 하나 들고 우리 형제들은 쫓아다닙니다. 이마에 땀이 날 때쯤이면 덤불에 대가리를 박고 예쁜 꼬리를 하늘로 향한 채 헐떡거리는 꿩이 보입니다. 제 눈만 가리면 남들이 못 볼 거라고 꿩은 생각했겠지요. 우리는 칡넝쿨을 반으로 쪼개 양 날개를 묶어 앞마당에 전리품처럼 팽개칩니다. 아버지께서 사방공사 품삯으로 받아온 밀가루를 어머니는 날렵하게 치대 만두를 빚습니다. ‘꿩’ 얘기가 나오니까 그 옛날 꿩만두 먹고 배 꺼지게 한다며 숨바꼭질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숨바꼭질은 숨은 사람을 찾던 재밌는 어린 시절 놀이 중 하나였습니다. 육법전서 달달 외우고 법조계에 들어가 사람들처럼 매의 눈으로 숨은 사람을 찾는 놀이입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라면서 제 식구들은 못 본 체 감싸고 챙기는 요즘 법조인들과는 차원이 생판 다르지요. 장독 뒤에 숨은 걸 뻔히 알고 머리카락이 다 보여도 못 본 체하다가 법무부장관·대법원장·검찰총장까지 나와 ‘못 찾겠다 꾀꼬리’ 하면서 파투내면 재미 정말 없지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초심의 그 뜨거운 맹세는 팽개친 지 오래되었고, 쏠쏠한 돈벌이에 눈이 새빨개져 뵈는 게 죄다 돈으로 보이겠지요.

여기저기에 화려한 목덜미를 자랑하는 꿩 대가리 닮은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꿩 잡는 게 매’라는데 요즘엔 매들도 기름진 사료를 잔뜩 먹여주니 힘써 사냥에 나서려고 하지 않습니다. 엊그제는 세월만 보내던 세월호 특조위도 900일 기간을 다 채웠다면서 철수했다죠. 세월이 갔어도 세월호는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가습기, 치약, 경주지진, 물대포 등등 어영부영 세월만 보낼 일거리들도 그득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뜨거운 감자’였던 W 수석의 땅 거래 의혹은 제 식구라서 그랬는지 ‘자유로운 거래였다’며 꿩 잡던 매처럼 날렵하게 해치우고, 썩은 내 진동했던 롯데에는 금방이라도 집어넣을 것처럼 윽박지르더니 웬일로 무혐의 처리했는지 깜짝 놀랐지요. 새롭게 사드 배치하려는 부지를 그 S 회장이 운영하던 골프장으로 확정하는 놀라운 신의 한 수였다는 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팔도에서 말발 좋고 어깨심깨나 쓴다는 금배지들은 오늘도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합니다. 지난 총선에서는 여야가 사이좋게 반반씩 자리도 나누어 앉았지요. 정권의 힘에 의지하던 여당도 지금부터는 어영부영할 처지와 상황이 아닙니다. 첫날부터 팽팽한 기 싸움을 시작하더니 사사건건 물고 늘어집니다. 여야 모두 큰 인물은 없고, 어중간해서 누가 꿩이고 닭인지 분간도 안 됩니다. “꼬꼬댁, 꿩꿩” 울기는 울어대는데 무슨 곡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희한하게 옛날과는 반대로 여당에서 주저앉아 두 다리로 맨땅을 비벼댑니다. 꼬투리 잡을 게 없으니 넘버 투인 큰형님에게도 막 대듭니다. 배고프다며 밥 먹자더니, 이번에는 밥상을 챙기니까 밥그릇을 엎어놓고 굶겠다고 떼를 씁니다. 옛날 같지 않아서 잘 먹으니 덩치도 커졌습니다. 함께 덮던 이불로 머리를 덮으면 발가락이 나오고, 발을 덮으면 머리카락이 보입니다. 꼭꼭 숨어도 이젠 우리가 먼저 알지요. 천고마비, 독서의 계절인데 옛 동시 1편 감상하시죠.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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