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날이 잔뜩 흐려져서 비가 오는가 싶었는데 어제처럼 오늘도 역시 땡볕이 내리쬔다. 마침 리우올림픽도 끝났고, 모처럼 우리 형제들이 한자리 모였다.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베란다에서 가마솥 뚜껑을 뒤엎은 번철을 달구신다. 찜통더위와 마른장마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7월과 8월 중에 비 온 날을 꼽으니 손가락 하나도 꼬부라지질 않는다.

이렇게 뜨겁고 가물면 잡초들이 무성하게 마련이다. 정성 들인 농작물은 아무리 애를 써도 말라 죽고, 그 자리에 아무 쓸모가 없는 쑥, 개망초, 명아주, 강아지풀 등 잡초들만 무성하게 자란다. 요즘 세간에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W. K. L 등 고위공직자들은 그야말로 쇠뜨기, 쇠비름보다도 더 질긴 죽지 않는 잡초들이다.

“걔들은 뿌리가 현해탄 너머 일본에 닿은 놈이여. 괜히 헛고생하지 마.”

사방천지에 난 쇠뜨기를 뽑으며 ‘뿌리가 자꾸 끊긴다’고 말하자 지나가던 김 씨가 하는 말이다. 그놈은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에서 맨 처음 초록 싹을 밀어 올렸다. ‘쇠자’ 들어가는 쇠비름도 제거하기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그놈도 뽑아서 땡볕에 말려 부스러질 정도가 돼도 어느 틈에 되살아난다.

‘리우는 우리’라고 해서 17일인가 18일인지 모르겠으나 밤잠 설쳤던 것은 확실하다. 물론 기대치는 최근 정권 중 최하위였음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막강한 상대와 대결하는 동안 국가는 개판 오 분 전 상황이었다. 물론 그따위 판이 어제오늘의 일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겠으나, 입에서 쌍시옷 자가 저절로 터진다. 이젠 리우도 끝났다. 우리가 함께 먹고 살길을 찾아야 할 진짜 시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낮부터 웬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며 욕해도 괜찮다. 모 시장도 SNS에 ‘송로버섯 드시는 고귀한 분들과 전기요금 누진제로 에어컨도 못 트는 개돼지들 사이에 무슨 화합입니까? 하해 같은 성은이나 내려 주옵소서.’라고 했는데, 청와대는 이에 대해 “송로버섯은 향신료로 썼다며 1인분에 0.5g씩 500원 정도였다”고 해명했단다. 허참, 요즘 길거리에서 어슬렁거리는 개처럼 길게 뺀 혓바닥에서 말은 잘 나온다.

그들이 청와대에서 끼리끼리 모여 즐겼다는 음식 얘기를 지면으로 옮기자니 한심스럽다. 굳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세계 최고의 미식 국가인 프랑스에서도 권력자들이 금지한 음식들을 우리 청와대에서는 대단한 것처럼 내놓았단다. 물론 최고 권력자가 초청하고 부담했다지만, 메뉴 중 송로버섯은 인터넷쇼핑몰에서도 200g에 4~50만원이 넘는다. 거기에 더 보태서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아 샐러드, 샥스핀 찜까지 푸짐하고 대단하긴 했다.

국민은 전기세 때문에 걱정인데 에어컨 빵빵하게 켜놓고 잡초들이 모여 민생이 어쩌고 저쩌고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했단다. 예전엔 나라가 어려움에 부닥치면 민생을 챙긴다며 한 끼나마 국밥집에서 밥을 먹었던 대통령은 있었지만, 자기들끼리 산해진미를 챙겨먹었다는 얘기는 아무리 일반상식 책을 뒤져봐도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김 아무개법’으로 요즘에는 밥 한 끼 얻어먹기도 불편한 세상인데, 모두 제정신들이 아닌 게 분명하다. 기우제를 지내도 션찮을 판이다. 윗사람들이 그 모양이니 하늘이 노했다며,

“암 덩어리여, 그걸 먹어봤자 암 밖에 더 걸리겠냐. 우린 이걸로 먹자.”

어머니는 두툼한 부추부침개 한 판과 시원한 막걸리를 우리 앞에 내려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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