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집행 도로로 슬그머니 실효 처분
협소한 구 도로가 도시계획 도로가 돼
"시·정 이 지경 되도록 뭐했나" 주민 분통

[일간경기=이형실 기자] 남양주시가 진접읍 장현 중심도시의 도시계획시설을 무려 30년 가까이 방치하다가 최근 슬그머니 실효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설명: 이것이 100만 도시를 꿈꾸는 남양주시의 진접읍 장현사거리 도시계획 도로다. 30년 가까이 방치한 결과로 처참하기까지 하다. 건강한 도시발전은 백년하청인가. 관련자들은 주민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남양주시가 진접읍 장현 중심도시의 도시계획시설을 무려 30년 가까이 방치하다가 최근 슬그머니 실효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100만 도시를 꿈꾸는 남양주시의 진접읍 장현사거리 도시계획 도로다. 30년 가까이 방치한 결과 좁고 낡았다. (사진=이형실 기자)

이로 인해 교통체증으로 고통을 받아왔던 이곳 20만 주민들의 염원인 건강한 도시발전은 백년하청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진접읍 장현리 진접농협 앞 장현사거리 일대는 장현 5일 장이 열리는 곳으로 일반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그리고 1종 일반지역이 혼재된 장현의 핵심 중심지다. 이에 반해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협소한 구 도로는 불어난 교통량으로 인해 도로의 기능을 감당키 어려운 상태였다.

따라서 이곳 주민들은 도시계획 도로를 개설해 교통체계를 해결하는 한편 지역의 발전도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들의 염원은 물거품이 됐다. 시가 30년 가까이 방치했던 도시계획 도로가 이번엔 아예 실효된 것이다. 어떤 이유일까.

시는 지난 1996년 장현사거리에 대한 도시계획 도로를 입안했다. 진접농협을 중심으로 남동-서북을 관통하는 도로는 폭 20m~25m 중로 1류로, 북동~남서로 연결되는 도로는 폭 12m~15m 규모의 중로 3류로 각각 입안해 도시의 체계와 면모가 갖춰지는 듯 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7월, ‘사유지에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제척’이라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장현사거리의 도시계획 도로는 실효 처분됐으며 사용하던 구 도로가 그대로 도시계획 도로가 됐다.

그 결과 도시계획 도로는 처참할 정도의 기이한 현상을 보인다. 장현사거리에서 서북 방향으로 폭 20m 이상 중로 1류 도시계획 도로는 입구에서부터 40m까지 폭 8m 규모로, 그다음부터는 폭 16m로 넓어져 도로가 좁아졌다 넓어지는 기현상의 도시계획선이 표시돼 있다. 서남 방향도 폭 12m 이상 중로 3류 도시계획 도로가 폭 4m~6m로 좁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도시의 도로로써 기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다.

시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에 의해 사유지를 제척하고 국유지를 유지하다 보니 도시계획선이 불규칙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장현사거리의 경우 미집행 도로에 대해 개설 계획이 없다는 관계부서의 협의에 따라 실효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 주민들은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르는 시가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장현의 중심인 장현사거리 도시계획 도로를 30년 가까이 방치했는데 역대 시장들은 물론 이곳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나 시, 도 의원들, 그리고 도시계획 관계자들은 이 지경이 되도록 그동안 뭘 했는가”라고 개탄했다.

한 주민은 “오래전부터 장현사거리 도시계획 도로를 두고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는 소문이 나돌긴 했는데 지금에서 돌아보니 뭔가 이상하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도시계획이 실효된 이상 언제 도로다운 도로가 개설될 지 암담하다. 이렇게 되도록 방치한 관계자들을 적발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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