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경기=홍정윤 기자] 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쓰레기들을 유별나게 용감하게 한꺼번에 투척하기로 유명했다는, 서울시의회 재선 여성 의원에 대해 취재하던 중 유독 그녀를 담당하던 입법지원관이 퇴사했거나 그 후 배정된 다른 입법 지원관들도 단기일 만에 다른 상임위로 배정해달라고 희망한 경우가 있었다고 듣게 됐다.

서울시의회는 지방자치제 특성상 시의원과 입법지원괸이 1:1 업무가 아닌 2~4명 당 한 명이 배정된다. 즉 이들은 국회의원들과 달리 개인 지원관도 아니고 면직권도 담당 시의원들의 권한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별나다는 귀뜸에 필자는 입법지원관들을 수소문해 연유를 물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조용한 슬픔을 표출하면서도 잊혀지길 원했다.

쓰레기들을 유별나게한꺼번에 투척하기로 유명한 서울시의회 모 재선의원은 천만 서울 시민을 위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 부터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쓰레기들을 유별나게한꺼번에 투척하기로 유명한 서울시의회 모 재선의원은 천만 서울 시민을 위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 부터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그의 유명한 연설인 ‘6411번 버스’에서 “이 버스는 새벽 4시 정각에 출발한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다. 매일 같은 사람이 탄다.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을 해야 하는 분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들딸과 같은 수많은 직장인들이 그 빌딩을 드나들지만, 새벽 5시 반에 출근하는 아주머니들에 의해서 청소되고 정비되고 있는 줄 의식하는 사람은 없다. 이들은 아홉 시 뉴스도 보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분들이다. 그래서 이분들이 유시민을 모르고 심상정을 모르고 이 노회찬을 모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분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겠는가”라고 연설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연설은 을(乙)들을 위한 진정한 정치인의 마음 중 하나라고 본인은 평가한다.

또 조윤제 작가는 '다산의 마지막 질문'이라는 책에서 '당장 주변부터 살피지도 못하면 먼 곳을 사랑하고자 하는 것은 헛된 구호다'라고 서술했다.

필자는 위 글과 앞서 언급한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연설에 공감하며 진심으로 뼈아프게 반성했다.

이는 그간 을(乙)의 하소연을 들었음에도 당하는 자의 마음을 보려 한 것이 아니라, 필자가 그들을 아프게 한 자들을 다시 내치고자 하는 또 다른 갑(甲)의 오기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기자수첩 1탄에서 언급한 새벽에 출근해 쓰레기통 뒤져가며 분리배출하고 쓸고 닦으면서 쾌적하게 해준 미화원들과 이번에 언급한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시의원들의 조례안을 위해 야근하던 입법 지원관들.

서울시의원이라면 천만 서울시민들을 살피기 전에 가까이 있는 바로 이들부터 살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필자는 힘든 사연들을 하소연하면서도 행여 후환이 두려워 말을 조심했던 이 사회의 을(乙)들에게  갑(乙)들이 악의를 펼칠까 심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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