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8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서 열려

수원시립미술관은 국제전 '게리 힐: 찰나의 흔적'을 26일부터 내년 3월 8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4·5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국제전 '게리 힐: 찰나의 흔적'을 26일부터 내년 3월 8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4·5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은 국제전 '게리 힐: 찰나의 흔적'을 26일부터 내년 3월 8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4·5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사진=수원시립미술관)

 

게리 힐(Gary Hill)은 1951년 미국 출생으로 초기에는 조각가로 활동하다 1970년대 초 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영상과 텍스트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며 예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2년 제9회, 2017년 제14회 카셀 도큐멘타 등의 국제전에 참가했으며, 영상과 설치미술로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게리 힐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을 규정하는 핵심요소인 언어와 신체 그리고 인간이 바라보는 이미지와 인간이 속해있는 공간의 형태 등을 주제로 다양한 매체 실험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작가를 규정하던 ‘비디오 아티스트(Video Artist)’가 아닌 열린 해석이 가능한 ‘언어 예술가(Language Artist)’로서의 측면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영문 제목인 ‘모멘툼스 Momentombs’는 Moment(찰나), Momentum(가속도), Tomb(무덤)의 합성어로 작가의 작품에서 이미지와 언어 그리고 소리는 시간에 따라 결합·분리·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는 양상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그의 작품 안에 이미지와 언어가 미끄러지는 찰나에 다른 이미지와 언어가 짝을 이루며 그 뒤를 잇는다. 그 ‘찰나’에 소멸된 이미지와 언어들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 어떤 ‘장소’ 이를테면 무덤으로 표현되는 가상의 공간을 점유하며 새로운 의미와 결합하고 확장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의 특성을 바탕으로 게리 힐의 작품을 장르로 구분한다면 ‘비디오 아티스트(Video Artist)’ 보다는 언어·이미지·공간 등에 관한 열린 해석이 가능한 ‘언어 예술가(Language Artist)’가 적합하다. 이번 전시는 특정 매체나 틀에 갇힌 예술가가 아닌 동시대 현대미술의 정신을 대변하는 ‘언어 예술가(Language Artist)’로서의 게리 힐을 조망한다. 그의 일생에 걸친 사유의 결과물을 통해 열린 상태로서의 언어와 이미지·신체와 테크놀로지·가상과 실재공간에 대해 고찰하는 대표 작품 24점을 소개한다. 

'잘린 파이프 Cut Pipe'(1992)는 두 개의 알루미늄 파이프가 약 25㎝ 간격으로 바닥에 일렬로 놓여있다. 한 개의 파이프에는 흑백 모니터가 설치됐고 다른 파이프 반대쪽 양 끝에는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영상과 함께 들려오는 말소리는 마치 파이프를 통과해 보이는 스피커로 나오는 느낌을 주고 스피커를 만지고 조작하기 위해 표면을 누르는 손의 영상이 두 파이프 사이의 틈을 건너 스피커 표면에 투사된다. 잘린 파이프는 몸으로 연결되는 소리와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은유적 단면이 돼 스피커와 오브제의 이미지를 오브제 그 자체와 자기 성찰적 텍스트를 읽는 소리에 투사하는 것을 통해 강조되며 오브제와 스피커의 표면에 가해지는 손의 물질적인 조작과 상호작용한다. 
 
전시 이외에도 아카이브 & 미디어 룸을 조성해 설치되는 작품 이외에 70년대부터의 작가 작품 36점을 볼 수 있는 미디어 아카이브와 작가 인터뷰 영상 및 작가 소개가 담긴 국내외 도서를 비치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김찬동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언어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며 작품과 관객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를 탐구한 작가 게리 힐의 40년간의 작품 세계와 현재를 만나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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