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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도시공사는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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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2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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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실 기자

2013년 중순께, 당시 민주당 대변인이 귀태(鬼胎)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는 ‘기시 노브스케와 박정희’라는 서적을 근거로 해방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 두 지도자를 귀신 ‘귀’자에 태아 ‘태’자를 써서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손인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양국 정상에 올라 구시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의 말마따나 두 지도자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었더라면 두 나라가 쇠퇴의 나락으로 곤두박질하거나 파국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다.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라. 이토록 두 나라의 역사가 바뀔 수 있었던 것은 그 두 지도자들의 덕택이 아니던가. 이렇듯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은 없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 어떤 사람이든 간에 저마다 하나씩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역사다.

구리도시공사, 위에서 적시한 귀태에 빗대는 것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GWDC사업’이라는 핑크빛 프로젝트로 지난 2012년 설립된 구리시의 공기업이다. 당시 이 공사의 설립을 두고 지역의 반대 여론이 팽배했다. 일부 시의원들도 적극 저지했다. 필자도 시기상조라고 지적하는 글을 수차례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끝내 공사는 설립됐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구리도시공사는 태동되면 안되는 기업이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본금 60억원으로 태동한 공사는 누가 보아도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도시공사라는 번듯한 이름만 얻었을 뿐 공사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엔 모든 시스템이 엉망이었다. 게다가 설립 명분인 GWDC사업이 오리무중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삽질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개발사업 또한 여의치 않았다. 당연히 성과는 ‘제로’. 공사는 그저 예산만 축내는 이른바 애물단지 기업이라는 오명과 함께 존립을 부정하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이러한 상태는 시로부터 대행관리시설을 인수하는 시점인 2015년까지 이어졌고 지난해 4월, 5백억이 넘는 현물출자가 이뤄지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장이 3번, 공사의 사장도 2번 바뀌는 정치적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그 후 지난해 말 6개월간의 공석을 거쳐 신임 사장이 부임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됐다. 강지원 신임 사장은 10개 시설의 대행사업과 함께 핵심사업인 GWDC사업, 인창동 랜드마크, 갈매지식산업센터 등 개발사업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직원도 150여 명이 넘는 번듯한 조직의 도시공사로 면모도 갖췄다. 여기까지 바뀌는데 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그러나 바뀌지 않은 것은 직원들의 후생복지다. 7년 동안 공사 직원들에게 진급이란 행정행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도시공사엔 만년 대리, 만년 주임급 직원들이 부지기수다. 시급 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가인데 진급이 없는 공기업이 있다니 가당키나 할까.

구리도시공사는 설립할 당시 직원들의 보수규정을 연봉제를 채택했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급여 인상이 가능한 호봉제와는 달리 연봉제는 승진에 따라 급여가 인상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승급은 꿈이었고 희망이었다. 그러나 설립할 당시 이러한 보수규정을 깜빡하고 만들지도 않았다. 구리시청은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공사를 운영한 꼴이다. 이러한 사례는 전국 도시공사 중 구리도시공사가 유일무일한 셈이다. 그런데도 상급기관인 시는 이를 채근하지 않았고 도시공사는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그 중압감에 차일피일 미뤄왔다. 믿었던 GWDC사업도 답보상태로 이어졌다. 급기야 시장도 사장도 자주 바꾸는 정치가 도시공사의 발목을 잡았다. 이러기를 7년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사 직원들의 몫이 됐다. 이러한 불합리를 해결하고자 도시공사는 지난 3월 전 직원이 참석한 상태에서 보수규정을 만들고 이를 관철해 줄 것을 시와 시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와 시의회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이유는 단지 성과물이 없다는 것이다. 시의회의 경우 도시공사 설립을 의결할 당시부터 불만의 목소리로 곤혹을 치룬 바 있다. 더욱이 아무런 성과도 없는데도 도시공사의 요구에 따라 보수규정을 통과시킬 경우 쏟아질 비난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애가 타는 건 새로 부임한 사장이다. 사장은 “굳이 성과를 원한다면 성과가 있을 때까지 승진을 유보하겠다. 지금은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보수규정만 고쳐놓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 호소도 설득력이 있다.

구리도시공사 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에겐 나이에 따라 직급이 부여되는 것이 순리다. 나이와 직위가 어울려야 된다는 말이다. 지천명 나이에 진급도 못하고 평사원, 대리에 머무른다면 사회에서 받을 멸시는 자존감은 잃게 한다. 가정에선 어떤가. 가장으로서의 자존심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나이에 걸맞게 직급도 직위도 형성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앞에서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은 한가지씩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언급했다. 우여곡절 끝에 태동한 구리도시공사도 설립존재의 이유에 충족해야 한다고 본다. 아직 상급기관에서 보수규정에 대한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희망은 있다. 지칠 줄 모르고 밀어붙이는 탱크 같은 강지원 사장이 있다. 그리고 논리정연하고 꼼꼼한 박석윤 시의회 의장과 화합과 추진력을 겸비한 안승남 시장이 있지 않은가. 이왕 설립했으면 보살펴 주는 게 상급기관의 덕이요, 몫이다.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유턴도 못하겠다. 왜, 나이가 많다”고 푸념하는 구리도시공사 직원의 넋두리에서 가장의 무게와 비애를 느끼는 오후다.

일간경기  ilgang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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