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최소 8만 마리 도살…‘동물학대의 온상’ 지적도

1990년부터 모란시장과 경기도 일원에 납품을 해오던 국내 최대의 불법 개도살장이 결국 강제 철거됐다.

그동안 이곳은 공원 예정 부지로 수용돼 보상 및 수용 절차가 끝났는데도 업주들은 법적다툼을 이유로 반발하며 이전을 거부해왔다. 

성남시는 22일 오전 8시부터 용역 250여 명과 중장비를 동원해 수정구 태평동 '밀리언파크' 조성 부지에서 이전을 미루며 시설을 점거해온 개 도축시설(업주 20명)과 화훼시설(업주 14명)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

이날철거는 지난 6월21일 개도살업자들이 성남시장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취소소송 항소심을 1심에 이어 2심인 서울고등법원 행정9부에서 각하 판결에 의한 집행이다. 

시는 지난해  9월21일 행정대집행을 계고했고, 지난달 11일에도 재차 계고했지만 업주들이 불응해 12월부터 미 이전 시설 철거를 위해 여러 차례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받고 철거에 나서려고 했지만,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업주들의 반발에 막혀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다 최근 대집행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이날 철거에 나선 것이다.

다행이 현장에서 업주들과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 도살장은 지난 1960년대 모란시장 내 개고기 취급 업소가 들어서기 시작해 2001년 54곳에서 살아있는 개를 진열·도축해 판매해왔다.

지난해까지 영업한 22곳의 개고기 취급 업소에서 거래된 식용견은 한 해 평균 8만 마리로 추산되며 개 도살과 관련한 소음·악취로 지역주민과 동물보호단체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동물구조119 임영기 대표는 "태평동 도살장은 온갖 형태의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며 운영을 해왔다"며 "동물학대의 온상, 세계가 경악하는 처참한 풍경이 벌어지던 장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뜻 깊은 날"이라며 태평동 개도살장 철거를 환영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등은 환영하면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150여 마리로 추정되는 개들은 도살업자들이 이미 빼돌린 뒤여서 구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곳 수정구 태평동 개도살장은 철거 이후 성남도시계획시설로서 '밀리언근린공원'이 들어서게 된다.

2014년 '밀리언파크' 조성 실시인가 후 보상절차를 시작한 뒤 지난해 9월 보상·수용 절차를 마쳤으나 이전을 거부하는 일부 업주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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