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사회2부 부장 이원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에 ‘된걸음 세상’에 썼던 제목만이라도 더듬겠다. 1월 첫 칼럼은 ‘내려와라 올라간다’, ‘완장의 힘’, ‘한방에 간다’, ‘이젠 끝장이다’ 등으로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3월에는 ‘이젠 질린다’, ‘꽃길로 가자’라고 하더니 ‘하늘도 울고 땅도 흐느꼈다’가 나오더니 ‘잘 풀려야 할 텐데’, ‘서울의 봄’, ‘인형 뽑기’였다. 4월과 5월에는 ‘쪽팔린다’라고 했었고, 6월과 7월에는 ‘갈치 준치 벼슬아치’, ‘개판 5분 전’, ‘개 같은 날’이었지만 ‘쿨하게 살자’고 다짐한다. 8월에는 ‘별은 이등병이 잡는다’와 ‘못된 버릇’, 9월에는 ‘껍데기는 가라’와 ‘극히 보기 드문 현상’인데 10월에는 ‘개차반’ 11월에는 ‘등골 빠진다’였고, 12월에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겼더니’가 됐다. 뒤돌아보니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1. 상(賞)

상(賞) 중에서 소싯적 어머님께서 차려주시던 밥상과 동기간끼리 오붓하게 먹던 술상이 으뜸이다. 그나저나 연말이라서 밖으로만 싸도니 집사람 표정이 울상이다. 홍보(PR)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바보는 없다.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 게 PR이니 말이다. 도청사나 시청사 외벽을 꽉 채워 도배한 대형현수막과 SNS를 도배하는 정치꾼들이 상을 받으면서 꽃다발을 들고 웃는 모습을 보노라면 상상 그 이상이라서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무슨 놈의 상이 그렇게도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지나치게 상이 남발되고 있다. 별로 밥값도 못 한 듯한데, 다들 최우수상이고 대상을 공동으로 받는다. 하기야 상을 주는 쪽이 한통속이 돼서 자기들 입맛대로 나눠 먹는 진상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쓸 비용으로 이 추운 겨울날, 쪽방에 웅크린 사람들에게 연탄 한 장이라도 더 배달한다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터인데….

2. 상(喪)

필자가 소싯적만 해도 낮 12시, 정오만 되면 소방서 사이렌이 귀청이 터져나갈 듯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 점심때가 됐으니 끼니는 챙기라는 고마운 소리였다. 도시락이 없으면 교무실 앞 수도꼭지로 달려가 배 터지도록 물배를 채우던 그 시절도 있었다. 이따금 불이 났지만, 사람이 죽는 일은 그리 흔하지는 않았다.

엊그제 대통령 얼굴이 완전 우거지상이 됐다. 충북 제천에서 난 화재로 아까운 목숨을 잃고 크게 다치는 화재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크리스마스이브, 비까지 내리는 가운데 영결식을 치르는 가족들의 가슴이 얼마나 미어터지겠는가. 사방 천지에 화재가 꼼짝없이 죽게 될 건물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사고가 크게 터지고 난 뒤에 까만 양복 챙겨 입고 조문하는 정치인들 두꺼운 낯짝들은 보면 볼수록 역겨워 구역질이 난다.

세월호 참사를 겪었지만, 언제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응이다. 지금 당장 대형건물에 가보시라. 비상구 제대로 됐는지 확인부터 해보시라. 소방도로 제대로 됐을 리 없다. 다들 골목마다 불법주차 안 할 수 없다. 소방관들만 씹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불감증의 안전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깡그리 뜯어고쳐야 쓰겠다.

3. 쌍(?)

상, 상을 치다보니 갑자기 쌍으로 오타가 났어도 안 고치겠다. 필자의 고향 바로 곁에 미군 부대가 있어 어릴 적부터 ‘son of a bitch’나 ‘Fuck you’ 같은 영어 쌍욕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른애할 것 없이 쉽게 배우고 썼다. 말이 거칠면 당연히 인심까지도 사나워지게 마련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한 번만이라도 반려동물인 개만큼이라도 주인의 마음을 위로해줬던 적은 있었던가? 새해에는 너나없이 상 탔다고 헤헤거리지 마시라. 새해에는 욕을 먹고 매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잘 듣고 정신 차려서 일하자. Happy new ear!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