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독서 + 60년 생생한 체험 = 절절한 삶의 이야기 100가지

30여 년 단골인 대동문고에 들렸더니 눈에 번쩍 띄는 신간 서적이 나왔다. 밝은 암자색 바탕에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의 금박 글씨가 빛을 발한다. 연두에서 펴낸 장석주 시인의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책표지부터 남다르다. 그 옆 베스트셀러 서가에도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와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가 나란히 진열돼 있다. 오랜만에 만난 팀장은 “장석주 시인의 책은 꾸준하게 잘 나간다”라면서 베스트셀러로 대박 날 예감이라며 밝은 표정이다.

‘베이비부머’는 휴전으로 끝난 한국전쟁 이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이 세대는 전후 궁핍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1970~1980년대의 경제 부흥기와 민주화 과정도 겪었고 1990∼2000년대 경제 성장의 열매와 단맛도 보며 격동의 한국사를 온몸으로 겪은 세대이다. 온몸으로 부모를 봉양했고 자식 부양의 의무까지도 다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식 세대로부터 외면당하는 세대이다. 앞선 해방둥이 세대와 1980년대의 운동권 세대를 잇는 ‘가교 세대’ 혹은 두 세대 사이에 ‘낀 세대’이기도 하다.

1부의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키워드는 우주 탐사선 보이저, 골목길, 구로공단, 배호, 전태일, 박정희, 국민교육헌장, 신춘문예, 고려원, 청하출판사, 필화 사건, 마광수, 피에로, 서울의 봄, 전두환, 광주항쟁, 즐거운 사라 등이다. 60여 년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기록한 사회 변화와 ‘평생 읽는 인간’으로 살아온 장 시인의 풍부한 독서의 결과는 치유의 메시지가 되어 책갈피마다 알알이 담았다. 2부 ‘베이비부머의 고백’의 필자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이민 간 J 씨 등 장석주 시인과 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다섯 명의 베이부머들을 통해 절절한 삶의 애환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베이비부머 장석주 시인은 지금 살아 있으니 자랑스럽다면서 그만하면 잘 살았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나라를 빈곤에서 구해냈지만 정작 명예퇴직과 은퇴, 해고와 실직을 겪으며 나이 들어 빈곤 계층으로 전락한 세대”라면서, “이제 노년을 앞둔 세대라서 지난 세월을 잘 갈무리하고 앞으로 더 잘 살아갈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라고 설명한다.

장석주 시인은 스무 살에 일찌감치 시인으로 등단하고, 1979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는 시 당선 ‘동아일보’ 에는 문학평론이 입선하여 ‘고려원’의 편집장을 거쳐 13년간 출판사 ‘청하’의 편집 발행인도 경험했다. 동덕여자대학교, 명지전문대학,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와 EBS와 국악방송에서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의 진행은 물론 수많은 초청 강연으로 전국을 무대로 연중무휴 뛰는 문학계의 열혈남아 장석주의 이름 앞에는 인문학 저술가.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 출판기획자, 방송진행자, 대학교수, 북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수식어를 붙여 호칭하지만, 본인은 산책자 겸 문장노동자로 자처한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연두, 22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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