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사회2부 부장 이원규

지난 토요일은 첫 손주 연우의 첫돌이었다. 엊그제 세상에 나온 것 같은데 벌써 첫돌이다. 외손녀 연우를 보는 날이라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물론 노트북 바탕화면에 연우 사진을 띄워놓고 노트북을 열 때마다 본다. 연우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나를 보는 듯해 내 눈까지 맑아지는 느낌이고 언제 봐도 예쁘기만 하다. 집사람은 매주 한 번씩 연우 핑계를 대며 딸내미 집을 다녀온다. 연우를 보고 오면 얼굴에 활짝 펴지기에 오히려 내가 권장했던 터였다. 물론 사위와 딸이 좋아하는 밑반찬을 챙기느라 집사람은 연우한테 가는 날이면 매우 부산을 떨곤 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엄마의 손맛보다 더 좋은 게 세상엔 없으니 말이다.

수원역에서 출발해서 용산역에 내리니 예상보다 늦은 11시 20분이다. 30분부터 시작이라는데 마음이 바빠진다. 뛰다시피 내려가 갈아탔다. 탄현역에 도착하니 50분이다. 둘째 오빠와 올케언니가 진즉부터 와서 기다린다며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톡이 뜬다. 구름다리를 건너서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니 지하 2층이다. 뷔페가 바로 밑인데 또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는 규모가 큰 뷔페였다. 연우 돌잔치 외에도 방마다 칠순, 송년회 등 행사들이 동시에 열려 시끌벅적하다. 빨간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도 승강이에 탔다.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고 서글서글하다. 내가 혼잣말로 ‘큰일이네, 늦어서.’하니 ‘어디 가세요?’ 묻는다. ‘연우 첫돌이요’라고 했더니, 자기도 그곳으로 가는 중이란다. 그 청년이 바로 연우 돌잔치 MC였다. 천만다행으로 늦지는 않은 셈이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사위 품에 안긴 연우가 고운 옥색 한복과 조바위까지 쓰고 오늘따라 의젓하다. 혹시라도 울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오신 손님들과 눈을 맞추고 있다. 연우에게 ‘이리 온!’하니 내게 덥석 안긴다. 출생 때부터 최근까지 연우의 1년 동안 동영상이 음악과 함께 넘어간다. 드디어 빨간 의상의 MC가 돌잔치 시작을 선언했다. 박수를 받으며 연우를 데리고 딸내미와 사위가 무대에 올라서서 촛불을 켰다. 연우는 울긋불긋 챙겨놓은 돌상을 두리번거리며 쳐다본다. 생일축하 노래를 다 함께 부르고 이어서 연우의 미래를 예측할 돌잡이 시간이 됐다. 사위와 딸은 마이크를 원했는데, 연우가 무얼 잡을지 궁금했다.  

연필, 판사봉, 청진기, 지폐 등을 차례로 연우에게 권했으나, 모두 싫다고 한다. 마지막 하나 남은 게 마이크였다. 그것도 안 잡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연우는 마이크는 빼앗듯이 덥석 잡는다. 딸이 인제 그만 내놓으라고 해도 꽉 쥐고 놓지 않아 모두 한바탕 웃었다. 이벤트 행사로 추첨권을 뽑아 선물도 주고, 연우에 대해 퀴즈로 알아보기도 했다. 연우가 태어났을 때 체중, 현재 난 이빨 개수 알아맞히는 문제였다. 또한, 현금영수증 많은 금액, 가장 멀리에서 온 손님에게도 딸 내외가 준비한 상품권과 와인 등 작은 선물이나마 나눠주었다. MC는 사돈네와 우리 쪽이 골고루 받을 수 있게끔 잘 배려하며 진행했다.

아기들의 재롱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신비롭다. 때로는 우는 모습조차 귀엽다. 연우는 엄마 품에서 안 떨어져서 키우기가 만만하지 않다. 가뜩이나 마른 딸이 안쓰럽다며 집사람은 일산을 오르내렸다. 며칠 전에는 연우가 벽을 기대고 혼자 일어서서 첫 발자국을 떼는 동영상도 보내왔다. 연우도 신기했던지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첫발을 떼었으니 곧 걸음마도 하게 될 것이다. 아기의 손을 잡고 공원을 걷는 할아버지가 부럽기도 했었다. 이번 겨울이 지나고 새봄에는 연우의 손을 잡고 나도 공원길을 걸어볼 참이다. 무엇보다도 연우 첫돌 덕분에 둘째 처남을 만나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숍에서 많은 대화을 나누었다. 처남도 공직 퇴임 후에 쉬지 않고 사회활동을 계속하고 있단다. 그래서 그런지 처남이나 나는 나이보다는 훨씬 젊게 산다. 연우가 커도 쉬지 않고 지금처럼 일하고 싶다. 연우야! 튼튼하게 잘 자라다오. 할머니, 할아버지도 오래오래 함께 튼튼하게 살아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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