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쓰기를 위한 「시인수업」 시리즈 조동범의 『묘사』

조동범 시인이 <묘사>라는 시 이론서를 펴냈다고 페이스북에 떴다. 책 욕심이 많은 필자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지난 11월 11일 토요일, 백조에게 서울 구경이나 가자고 제안했더니 웬일이냐며 흔쾌히 따라나선다. 홍대 앞도 갈 거라 했더니 더 좋아한다. 장단은 척척 들어맞았다. 점심은 그곳에 해결하자며 일찌감치 서둘렀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 경의선 책거리로 올라섰다. 개막은 오후 2시부터란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고생을 자청한 권대웅, 권미강, 길상호, 김산, 박지웅, 손종수, 신혜정, 윤진화, 이재훈, 이혜미, 조승범, 조원, 조현석, 천수호 시인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살린 귀한 상품들과 자신의 시집을 내놓고 독자들과 만날 채비에 분주하다. 행사 후 수익금(?) 전액을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기부할 거라니 마음이 짠하다.

그런데 막상 취재하려던 조동범 시인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오후 강의가 있어 저녁나절에나 온단다. 행사장 주변에서 4시간째 어슬렁거렸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백조의 표정이 별로 안 좋다. 나야 좋아서 하는 거지만, 진이 다 빠져 괜히 왔다 싶은지 잔뜩 삐져 폭발 1분 전이다. 바로 그때 기적처럼 4시 강의를 끝내고 택시 타고 오는 중이라는 전갈이다. 역시, 만나자마자 안양의 김대규 선생님 건강부터 걱정하며 말문을 연다.

‘술이 시’라던 「수리시」 박인옥, 홍순창 시인, 「낙엽문학회」도 잘 알고 있다. 필자는 한때 안양시에서 ‘글로 문학’ 하던 「근로문학」 출신이다. 기형도 시인과 만났던 안양역 지하상가 「독서당 수리」 얘기도 나눴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기형도문학관」 문이 열린 날이다. 기형도문학관 추진위원이었던 조 시인은 그곳 인문아카데미에서 ‘기형도의 시와 도시 공간’을 주제로 29일(수요일) 오후 2시부터 강연한단다. 그 앞 24일에는 임우기 평론가, 12월 6일과 8일에는 장석주 시인, 「시운동」 동인이었던 박덕규 시인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출판사 <모악>에서 기획한 「시인수업」 시리즈이다. 엄경희의 은유, 구모룡의 제유, 유성호의 직유, 권혁웅의 환유, 정끝별의 패러디 이후 여섯 번째로 조동범 시인이 묘사의 구조와 원리를 알기 쉽게 썼다. 조동범 시인은 자신의 시 「저수지」는 물론 김기택, 이영광, 장정일, 김이듬, 김안, 이승원, 강성은 시인의 시와 이명호, 한성필, 낸 골딘의 그림과 사진, 영화 영상의 장면까지도 끌어와 이해를 돕는다. 책의 크기까지 아담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을 수 있다.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난 조동범 시인은 2002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금욕적인 사창가』,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4년 11개월 이틀 동안의 비』, 연구서 『오규원 시의 자연 인식과 현대성의 경험』, 문화비평서 『1990년대 문화키워드20』(공저) 등 다수, 문학상은 김춘수시문학상, 미네르바작품상, 딩아돌하작품상, 청마문학연구상 등을 받았다. 현재 경기대, 경희사이버대, 중앙대, 한경대 등에 출강 중이다.

묘사, 모악, 112쪽,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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