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종 운전면허는 취득했지만, 코너링이 별로 좋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운전면허 실기시험에 앞으로는 코너링을 필수로 추가해야 한다는 우스갯말도 떠돈다. 드디어(=이제야), 파업했던 철도노조가 노사합의를 봤다. 파업 기간에 전철을 타 본 사람은 안다. 언제 또 사고가 터질지 조마조마하다. 경험이 부족한 혹은 오랜만에 운전하는 기관사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는 게 표시가 난다. 필자가 탈 때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정차할 때 안전문과 전동차의 문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전철에서 빠져나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건널목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는데, 검은색 옷을 입고 깔끔하게 쪽 찐 머리를 한 젊은 처자 둘이 필자에게 귀엣말을 다정하게 건다.
“걱정이 많으신가 봐요?” / “네?” / “공덕을 쌓고 기도하세요.”
필자가 ‘사회부 기자’라고 밝혔음에도 집요하게 달라붙는다.
“그럼, 취재 들어갈게요, 녹음하겠습니다.”

그때야 필자에게서 떨어지더니, 또 다른 사람에게로 접근한다. 진짜로 녹음기를 켜고 뒤따라갔더니, ‘재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총을 쏘고는 잰걸음으로 사라졌다. 수도한다면서 한낮에 길거리는 왜 나왔을까? 연말이 낼모렌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사람은 가진 만큼 걱정들이 쌓이게 마련이다. 여성이고 독신이었던 대통령이라서 철석같이 믿었다. 더군다나 피를 나눈 가족 간에도 남남처럼 결별했다며 오로지 대한민국만 사랑하겠다고 했으니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의 대통령들처럼 가족 간 비리는 없겠구나 싶었다. 취임하면서 내세운 것도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그런데 귀신이 곡할 변괴가 생겼다. 거꾸로 ‘정상이 비정상,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변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버릇은 함께 산다는 진돗개에게 주지 못한 모양이다.

그 바람에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 청문회장으로 불려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정경유착의 고리는 끊지 못했다. 이번에는 이건희, 정주영, 구자경, 신격호, 최종현 회장 등 그 창업자들로부터 경영권을 그대로 넘겨받은 아들들이 증인석에 나왔다. 피는 역시 못 속인다. 물려받은 게 ‘모르겠다, 죄송하다, 기억이 안 난다’는 등 모르쇠 아니면 동문서답이라서 지켜보는 국민은 울화통이 터졌다.

청와대는 더 웃기는 짬뽕이 됐다. 대통령 비서실장까지도 감투도 없는 이른바 비선 실세의 농간에 휘둘려 비루먹은 닭처럼 빌빌거린다. 그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모른다’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부역했던 큰 몸통은 이런저런 핑계를 둘러대며 청문회장에 올 생각도 않는다. 하지만 찬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의 힘은 대통령까지도 더는 직무를 하지 못하도록 일단정지 시켰다. 지금의 구제역은 다름 아닌 청와대다. 어리석음과 탐욕에 찌든 닭은 물론 탐관오리와 철새들은 이참에 모조리 땅속 깊이 묻어버려야 할 시점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나라,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지키려는 촛불은 결코 꺼질 수 없다. 드디어 탄핵 열차는 종착역인 헌법재판소에 도착했다. 최후의 심판까지 온 것만 해도 가히 혁명이다. 예전처럼 여당 의원도 전원 불참하는 일은 없었다. 모두가 자신의 양심대로 가부를 선택해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이번만큼은 헌재 재판관들도 국민의 기도에 응답할 것으로 믿는다. 보았듯이 빛은 어둠에 굴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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