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한국문학인상 운영위원장 박민순

21세기인 지금, 지구촌이란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으리만큼 세계는 국제화 시대를 맞고 있다. 외국을 안방 드나들 듯하고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실시간으로 알려졌으니 말이다. 그러니 외국어 하나쯤은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행세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외국어 조기 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고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교육을 하고 있다.

외국어 교육도 좋지만 이제 우리 말 우리 글,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거나 천시까지 하는 못된 버릇만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각종 제품의 상표는 물론 거리의 간판, 옷, 음식, 신발, 패션 용어 등등에서 순수한 우리말이 있는데도 외국어 또는 한글과 외래어가 복합된 국적 불명의 글자로 표기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신 지 570돌을 맞았는데도 한쪽에선 영어가, 한쪽에선 한자가 협공해 오는 형국이다.

정부 기관과 지자체들조차 상징, 구호, 정책 이름, 공문에 영어를 남용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일제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다. 아침저녁으로 접하게 되는 TV, 신문이나 각종 잡지, 전문 서적, 광고문 등엔 알기 힘든 외국어를 쓰거나 예식장 · 호텔 · 아파트 · 기업 이름도 영어가 주류를 이루고, 한글로 쉽게 풀어쓸 수 있는 것을 굳이 한자로 표기하고 있다.
  
바른말과 바른 글쓰기에 앞장서야 할 방송도 한글을 훼손하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열공’, ‘얼짱’, ‘까도남’, ‘엄친아’, ‘듣보잡’ 등 괴상한 줄임말을 쓴다. 특히 10대, 20대 젊은이들의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나 컴퓨터 댓글은 한글 훼손을 넘어 파괴로 이어지고 세대 간 문을 닫게 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국어 사랑이 나라 사랑’이라고 배워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도 있다. 우리의 말과 글은 민족정신의 상징이다.

우리말을 훼손한다는 것은 민족의 근본을 허무는 행위이다. 해마다 한글날을 전후 ‘한글 사랑 국어사랑’을 외치지만 그때뿐이다. 이제 초등학교에서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시대이다. 우리말 우리글이 외래어 틈바구니에서 질식이나 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민족의 얼이 담긴 우리말, 우리글, 한글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어나가자고 호소해 본다. 진정으로 한글 사랑을 생각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