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 호수와 천년 고찰, 철벽 산성과 순교 성지 등 즐비

● 당일 코스,서운산‘탕흉대'가슴 씻어내는 탁 트인 전망
● 호국정신이 깃든 '죽주산성' 안성인의 높은 기상 '자랑'

유독 길고도 독한 더위였다. 열대야가 30일 넘게 이어지며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잠 못 드는 밤이 많았다. 하지만 여름은 반드시 가을을 데리고 온다. 가을의 등장과 함께 올해도 어김없이 “안성맞춤남사당바우덕이축제”(9.29~10.3)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대표 전통문화축제인 안성맞춤바우덕이축제와 함께 가을날 돌아보면 더 좋을 안성8경을 소개한다. 

1경) 금광호수_ 호수를 낀 드라이브, 그리고 맛집과 낚시

▲ 금광호수 가을

안성에는 ‘호수’라고 불리는 큰 저수지가 17개 있고 농사를 위한 작은 저수지만도 47개에 달한다. 그 가운데 금광 호수는 빼어난 경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우덕이축제가 열리는 9월 말에서 10월 초면 가을 햇살에 붉은 단풍이 시작되어 절경을 이룬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호수변을 끼고 진천으로 향하는 드라이브 코스는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는 휴식의 길이다. 호숫가 어디에나 차를 멈추고 바라보면 은빛 물결 반짝이고 가는 길 곳곳에 나무들이 우거져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친 마음을 씻어주는 상쾌한 드라이브 코스에 이색적인 카페와 맛집, 그리고 자연에 묻혀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 금광호수에서 일상을 잊는다.   

2경) 칠장사_ 칠현산이 품은 어사 박문수의 전설

▲ 칠장사

칠장사는 가을이면 절 입구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장관이다. 어사 박문수, 의적 임꺽정, 궁예의 얼이 서려 있는 곳이지만 화려하거나 웅장하다기 보다 단아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대웅전에 벗겨진 단청은 역사를 얘기해 주듯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몇 번의 화재로 중건됐다. 대웅전을 지나 산신각으로 오르면 사찰을 품고 있는 칠현산의 단풍이 차분하게 물들어 있고 기와로 쌓아올린 특이한 담장이 보인다. 기와 담장위에 쌓아놓은 작은 돌들에서 기도 올린 이의 간절함이 전해진다. 

3경) 비봉산_ 안성시민의 거대 정원이자 휴식 공간 

▲ 비봉산 일몰

비봉산은 해발 227.8 미터의 낮은 산과 순한 산길로 안성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주말 아침이면 사시사철 비봉산을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비봉산 초입에는 헬스장, 배드민턴장 등 운동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마실 수 있는 약수가 졸졸 나오며, 산책하기 좋은 숲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4경)고삼호수_ 사진작가들의 시선을 빼앗은 몽환적 물안개

▲ 고삼호수

고삼호수는 이른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는 몽환적인 풍경과 푸른 물 위에 떠 있는 수상좌대, 밤 새워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운치 있는 호수다. 씨알 굵은 물고기들이 잘 낚여 낚시터로 유명하며 호반을 따라 연결된 드라이브 코스는 낭만을 더한다. 주변에  장어구이, 매운탕으로 솜씨 좋은 맛집들이 많아 당일 여행지로 그만이다. 

5경)석남사_ 단아한 천년고찰 아래 흐르는 계곡 

▲ 석남사

안성에는 계곡이 귀하다. 시원스럽게 차고 넘치며 콸콸 흐르는 계곡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석남사 계곡은 가뭄의 단비 같은 곳이다. 계곡으로 가는 입구에는 역사의 기품을 간직한 ‘석남사’가 자리해 있다. 석남사는 천년고찰로 통일신라 문무왕 20년(680) 고승 석선이 세웠다가 고려 초기 혜거국사가 중창한 사찰이다. 가을에는 단풍진 붉은 산 기슭아래 푸른 소나무 숲이 조화롭게 어울려 동양적인 정취가 묻어난다. 

6경)미리내 성지_ 따뜻한 순교의 땅 

▲ 미리내성지

미리내 성지로 가는 길에는 하늘하늘 코스모스가 반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김대건의 묘가 안치되어 있는 이곳은 천주교 103위의 성인 시성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웅장한 성당이 있다. 숨어 살았던 천주교인들이 밤에 불을 피우면 그 빛이 별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 미리내는 순수한 우리말로 은하수라는 뜻이다. 지금도 미리내 성지 가까이 미리내 마을에는 그 후손들이 살고 있다. 미리내 성지에 들어서면 고요보다 더 깊은 고요함에 자연스럽게 침잠된다.

7경)죽주산성_ 역사를 음미하며 걷는 철옹 산성둘레길

▲ 죽주산성

죽주산성은 고려시대에 몽고군이 여러 차례 이곳을 공격했고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도 적을 맞아 싸웠던 격전지로 조상들의 호국정신이 깃든 역사의 현장이다. 죽주산성은 축조 후 지금까지 한번도 적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아 한국의 ‘마추픽추’로도 불리며 안성인의 높은 기상을 지금까지 위풍당당하게 자랑하고 있다. 죽주성안은 사방이 나무로 둘러쳐진 오목한 산세가 비바람을 막아준다. 


8경)서운산_ 가슴을 씻어내는 ‘탕흉대’의 전망 

▲ 서운산

서운산은 안성시에서 남쪽으로 12km 떨어져 있으며 해발 547m로 산세가 부드럽고 아담해 수도권에서 당일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청룡 호수와 마둔 호수 등 그림 같은 호수의 조망이 아름답고, 산자락에는 청룡사가 자리 잡았다. 조선의 멋을 수백년째 떠받치며 자연 모습 그대로의 휘어진 기둥이 남아있는 청룡사는 설계도에 의존하지 않는 달인의 건축을 보여준다. 서운산의 탕흉대는 “가슴을 씻어낸다”는 말 그대로 가슴이 탁 트이는 전망이 후련하다. 산을 못 타도 3시간이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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