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쇄신 구상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27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를 반려하지 않고 수용한 만큼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 추이에 따라 꺼내들 인적 쇄신의 폭과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권 내에선 '제2 조각(組閣)' 수준의 개편이 뒤따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없진 않지만 개각의 범위와 인선 방향을 놓고는 아직 설왕설래만 난무하고 있다.

다만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인데도 총리 사의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내각개편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청와대는 정 총리의 사표 수리 시기에 대해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작업과 사고 수습"이라며 "(정 총리의 사표는) 사고 수습 이후 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수습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발표대로라면 정 총리의 사표는 받아들여지긴 했으나 6·4 지방선거 전후에야 수리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 전에 후임 총리가 지명되더라도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나 정식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후속 내각 개편도 새 총리 임명 절차가 마무리돼야 새 총리가 제청하는 형식을 거쳐 단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사의가 수용된 정 총리는 한 달여 동안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자리만 보존하는 '시한부 총리'로 전락할 게 뻔하다.

어느 경우든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큰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미증유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처 피지도 못한 수백 명의 아들 딸들을 바닷 속에 버려둔 채 죽음으로 내몬 그 책임에서 어느 누가 자유로울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승객 안전과 선박 운항의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한 정부의 무책임과 무사안일, 사고 초기 대응에 실패한 무능,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일부 관료들의 부적절한 처신 등 재난 대응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를 두고 관재(官災)라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절차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라 하겠다.

그런 만큼 중요한 것은 사고 수습이든 선거 일정이든 외부 변수를 염두에 둔,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보여주기식' 개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 관료사회의 적폐와 내각의 무능을 일소하고 국정의 전면적인 쇄신을 담보하는 개각을 하는 것이다.

새 출발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정 총리의 사표를 지체없이 수리하고 후임 총리 후보자를 조속히 지명하는 것이다.

벌써 세간엔 '허수아비 총리' '식물 총리'란 말들이 파다해 사고 수습 과정에서 리더십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번 참사 후 물의를 빚은 일부 장관들도 흔들림 없이 책임있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

사정이 이런데도 차일피일 시간을 끌 일이 아니라고 본다. 정 총리의 사표를 지체없이 수리하고 후임 총리 후보자를 조속히 지명하는 한편 후속 개각을 서두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 과정에서 취임 첫 해 비판의 대상이었던 늑장 인사, 깜깜이 인사가 재연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파나 지역을 넘어 인재를 구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가 허울에 그치지 않게 운영한다면 참담한 심정의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리라 본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고받자 마자 사고 해역을 전격 방문하고 전남 진도 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정부의 위기관리 난맥상을 강하게 질책했지만 지금껏 대국민 사과를 하진 않았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사과 필요성이 거론되는 것과 무관하게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입장 표명을 해야 할 때가 됐다.

어린 생명들이 희생된 데 대해 진심을 담아 진솔하게 사과하는데서 그치지 말고 대대적인 국정쇄신을 통해 국력에 걸맞도록 나라의 틀을 바로 세우겠다는 약속도 주저해선 안될 것이다.

국가 위기 극복엔 여야의 초당적 협력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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