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첫 조성 후 이용자 8배로 급증 - 전국서 벤치마킹

● 택시쉼터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97.4%가 만족
● 경기도 2018년까지 도내 16개 시군으로 택시쉼터 확대 추진
● 올해 24억 원 투입 고양, 구리, 오산, 파주, 이천등 에 건립

수원에서 30년째 택시영업을 하는 기사 이모(71) 씨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소변을 해결하는 일이다.

아침 6시께 나와 저녁 늦게까지 정신없이 손님을 태워 나르다 보면 소변을 참아야 할 때가 많다. 더는 참을 수가 없을 때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도로변 상가건물에 들어가 해결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건물 관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소변이라는 기본 생리현상을 마음 편히 해결하지 못하니 이씨는 인권침해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2012년 12월 28일 수원역 인근 고등동에 택시기사들의 휴식공간인 '쌍우물 택시쉼터'가 설치된 뒤부터 이 씨 같은 택시기사들은 더는 '눈치 소변'을 보지 않아도 된다.

지난 23일 오전 택시쉼터에서 만난 이 씨는 "쉼터가 생기고 나서 무엇보다 소변을 마음 편히 해결할 수 있게 돼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면서 엄지를 척 추어올렸다.

쌍우물 택시쉼터에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10여 명의 택시기사가 TV를 보며 담소를 나누거나 커피 한잔을 마시며 피로를 풀고 있었다.

쉼터 한쪽에 마련된 수면박스에는 이미 한 명의 기사가 부족한 잠을 청하고 있었다. 한 명이 들어가 누울 수 있는 수면박스는 4개가 설치돼 있다. 그 옆에는 안마의자 3개가 놓여 있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 휴게실 뿐 아니라 쉼터 밖에도 택시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씨처럼 수원에서만 20년 넘게 개인택시를 하고 있다는 송모(63) 씨는 "올해는 열대야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새벽에 일을 나오는데, 대여섯 시간 일하고 나서 졸리거나 할 때마다 이곳에 와서 20분 정도 눈을 붙이면 새로운 기운이 생긴다"면서 "수원택시쉼터가 우리 같은 기사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쌍우물 택시쉼터는 지난해 말 기준 연간 누적 이용자가 15만6천646명에 달한다. 하루평균 429명이 이용했다.

쌍우물 택시쉼터를 시작으로 수원에는 남수동, 원천, 탑골 등 3곳에 택쉬쉼터가 2013년 8월 이후 잇따라 조성돼 운영 중이다.

택시기사들이 많이 대기하는 수원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주차하기가 편한 쌍우물 택시쉼터 이용자가 가장 많고 나머지 쉼터는 하루 평균 40∼80명 가량이 이용한다.

택시쉼터는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방지와 휴게장소가 필요하다는 택시기사들의 건의를 염태영 수원시장이 수용하면서 전국 처음으로 조성돼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수원시가 택시쉼터 관리 및 운영조례를 제정한 뒤 전국택시노동조합 수원시지부에 관리를 맡기고 유지관리에 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택시쉼터는 수원지역 5천580여 명의 택시운송 종사자가 피로를 풀고 재충전하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2년 2만6천910명이던 연간 누적 이용자가 2013년에는 8만7천994명, 2014년에는 16만9천155명, 2015년 22만8천903명으로 4년 새 8배 이상 급증했다.

박상종 택시노조 수원지부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기사들이 쉴 곳이 없어 도로변에 모여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마시곤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곤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택시쉼터에서 눈치도 안 보고, 편안하게 잠시 쉴 수 있어 이용자들도 많고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택시쉼터는 고속도로 쉼터에서 착안해 택시기사에게도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수원시에 제안했다"면서 "아무래도 졸음운전을 덜 하게 돼 사고위험도 줄어든 것 같다. 최근 발생하는 운전자 졸음운전 사고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씨의 말처럼 택시쉼터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무척 높다. 수원시가 지난해 11월 23일부터 12월 18일까지 택시쉼터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7.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택시쉼터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울시를 비롯해 경기도, 안산시, 안양시, 성남시, 충남 아산시와 천안시, 강원도 원주시, 전북 전주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이 2년 전부터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수원시 택시쉼터를 모범사례로 벤치마킹한 경기도가 올해 24억 원을 투입해 고양, 구리, 오산, 파주, 이천에 한 군데씩 택시쉼터 건립에 나섰다.

경기도는 2018년까지 도내 16개 시군으로 택시쉼터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병규 수원시 대중교통과장은 "택시쉼터는 택시운수종사자들의 복지증진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조성한 것이지만, 택시기사들이 졸음운전을 하지 않아야 승객과 보행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면서 "택시쉼터에서 쉰 기사가 시민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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