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을 버린채 고향에 돌아와 아버님 병 간호에만 열중

지금으로부터 3백여년전 포천 어룡리에 오백주라는 효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하여 한번도 부모의 뜻을 어기는 일이 없었다. 자라서 벼슬에 올랐을 때에는 백성들을 부모형제 대하듯 하였으며 성품이 곧고 청렴결백하여 그를 존경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가 귀성도호사로 있을 때 고향에 계신 부친이 병환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벼슬을 버린채 고향에 돌아와 정성껏 병 간호에만 열중 했다. 그러나 차도가 없었고 의원들도 무슨병인지 아는 이가 없었다.
 
하루는 여러날을 병간호로 지샌탓에 깜빡 잠이 들었는데 산신령이 나타났다.
"네 아비의 병은 산삼과 석밀(벌이 산속의 나무와 돌속에 모아둔 꿀)을 복용하면 나을 터인즉 너는 어찌하여 게으름을 피우며 자고 있느냐"
 
오백주는 정과 망치를 준비하고 길을 나섰으나 겨울철에 꿀을 구한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해가 저물어 내일 다시 찾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이곳 축석령을 넘게 됐다. 고개 마루턱을 거의다 올랐을 때 앞에서 갑자기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으르렁! 으르렁! 거리며 금새라도 잡아먹을 기세였다.
 
"내 비록 효성이 부족하여 석밀을 구하지 못하고 죽게됐다. 나 죽는 건 서럽지 아니하나 병환에 계신 우리 아버님은 누가 돌본단 말이냐. 부디 바라건데 석밀을 구한 후에 나를 잡아 먹어라"
오백주는 호랑이 앞에 통곡하며 애원했다. 얼마동안 엎드려 애원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랑이는 온데간데 없고 큰 바위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꿀 냄새가 진동하고 바위틈에서 석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백주는 크게 기뻐하며 정으로 바위를 쪼개서 석밀을 정성껏 채취한 다음 산삼과 함께 복용시키니 아버지의 병이 나았다.
사람들은 효성이 지극한 오백주에게 산신령이 가호를 베풀어 바위를 호랑이로 변신시켰다 하여 이 바위를 범 바위라고 이름했다. 그후 오백주는 매년 이 바위에 와서 고사를 지내고 만수무강을 축원드렸다고 해서 고개 이름이 "축석령'이 됐다고 전해온다.
 
 
(유념의 꿈 이야기) 선조 41년(1608) 유념은 전주 유씨로 유정량과 정휘옹주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나니 선조임금의 외손자가 된다.
유념은 어려서부터 인물됨이 준수하고 영특하여 주위의 칭송이 자자했다. 그가 20세 되던 해인 인조 5년(1627) 진사과에 장원하고 인조 13년에 대과에 급제하여 전평군에 봉해진다.
 
그는 어려서부터 매일같이 꿈을 꾸었는데 처음에는 두 부부가 한적한 외딴집 문간에 제단을 차려놓고 대성통곡하는 모습이 밤마다 나타나더니, 중년에 접어들면서는 노파 한분만이 여전히 자식을 그리워하며 애절해 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그가 평안감사로 부임하던 날 밤에도 여전히 똑같은 꿈을 꾸었다.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보니 이미 삼경이 지났는데 어디선지 멀리서 노파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히 여긴 유념이 사람을 시켜 보내 그 노파를 평양 감영으로 불러들여 자초지종을 물었다.
 
"부인은 어인 일로 밤이 깊도록 잠을 자지 않고 울고만 있소"

"말씀드리기 황송하나 소첩에게는 열 살 난 어린 아들이 있었습니다. 글재주가 뛰어나 장차 입신양명할 꿈도 지녔던가 보옵니다. 저희가 천민 출신임을 생각지도 못한채 말입니다."
 
어느날 신임 감사 나으리께서 부임하시던 날 소첩의 미천한 자식놈이 감사나리를 찾아가 "저도 글을 많이 익히면 감사님과 같이 훌륭한 관리가 될 수 있습니까"라고 당돌히 질문하였습니다. 그날 저희 부부는 "네 출신이 미천한데 어찌 벼슬길에 오를 수 있으며, 하물며 감사가 될 수 있단 말이냐"고 자식을 꾸짖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식놈은 살아서 감사가 되지 못 할 바엔 차라리 죽음만 같지 못하다고 말하면서 그날부터 식음을 전폐하더니 그길로 죽고 말았습니다. 그날이 무신년 정월 바로 오늘 저녁 이옵니다.
유념이 노파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난 다음 곧 바로 노파의 집에 가 보았더니 꿈에서 보던 바로 그 집이었다.

그가 어려서부터의 꿈이야기며, 10세 소년이 죽은 날과 자기의 생일이 같은 날임을 말씀 드린 후 부모의 예를 갖춰 극진히 공경하니 그 노파는 생전에 평양감사 아들을 둔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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