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고현자

 
떠나고 싶지 않은 발길처럼 
떨어지고 나면 
붙들고 살아가던 끈이 끊어진 듯해도
 
기세등등한 바람의 움직임에
세포 하나하나 분열되어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 같아도
 
열매를 맺고 
씨앗을 품는 걸 보면
꽃잎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외부의 자극 없이도 
명치가 화끈거리고 쓰린 증상 
항로 표지 하나 없는 암야를 새워 
지우고 또 지워 버려도
 
새벽에 동하는 남자의 양기처럼
아침이면
다시 그리워지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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