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제지표, 행복지수 반영 못해…GNP에 용기, 유머, 애국심은 포함안돼"

▲ 말끔하게 면도한 문재인 전 대표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9일 한달에 가까운 네팔·부탄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달 13일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 지 26일만이다.

문 전 대표는 귀국 직후 '국민행복론'을 '히말라야 구상'의 1차 결과물로 내놓으며 앞으로 이에 터잡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부각시켰다. 귀국 일성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직격탄을 날리며 지지층 결집에도 나섰다.

특히 문 전 대표는 히말라야에서 덥수룩하게 길었던 수염을 말끔하게 정리하고서 "이제 전지훈련은 끝났다"라고 선언, 차기 당권을 결정하는 8·27 전당대회 후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들어가기에 앞서 실전 채비를 마쳤음을 시사했다.

문 전 대표는 네팔 카트만두발(發) 비행기편으로 귀국, 이날 새벽 5시40분께 인천공항에 입국한 뒤 여독을 풀 새도 없이 강행군을 벌였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수행팀장이었던 김경수 의원의 부친상 빈소가 있는 진주로 향했다.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네팔·부탄 방문에서 구상한 '국민행복론'에 대한 일단을 펼쳐보였다.

문 전 대표는 "지금의 경제지표는 국민이 얼마나 행복한지 제대로 나타낼 수 없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GNP(국민총생산)는 사람을 행복하지 않게 하는 요소의 총집합'이라는 연설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기, 애국심, 유머 등은 GNP 속에 들어있지 않다. 오히려 최루탄 생산은 들어가 있지 않느냐. 가족 공동체와 함께하는 시간도 다 행복의 요소"라며 국민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정치에 대해 생각하고 왔다고 전했다.

그의 '국민행복론 설파'는 귀국 직후 공항 입국장에서부터 시작됐다.

문 전 대표는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의 목적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랴며 "정치가 국민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면 정치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민행복이라는 거대담론을 제시한 것을 두고 대선 국면에서 어젠다 선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빈소에서 기자들이 "네팔에서 길렀던 수염을 왜 깎았느냐"고 묻자 "아쉽다. 하지만 이제 전지훈련을 다녀온 것이니까요"라고 답해 이후에는 몸풀기를 바치고 본격적 대권행보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네팔·부탄에서 겪은 경험과 소회가 "다 제 가슴 속에 녹아있다"고도 했다. '얼굴이 탔다'고 하자 "자연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빈소 방문 직전에는 지난 4·13 총선 당시 여수을 후보로 나섰다가 지금은 암으로 투병 중인 백무현 화백을 문병했다.

문 전 대표는 트위터에서 "말기암 징후 속에서도 선거를 끝까지 치렀고, 아름답게 패배했다. 그는 오늘도 안간힘을 쓰며 다시 일어서서 내년 정권교체를 돕겠다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전대에 중립 의지를 재차 강조한 만큼, 당분간은 조용히 국민들을 만나는 '정중동'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빈소를 찾았지만, 문 전 대표가 1시간 정도 머물다 양산 자택으로 떠난 직후 도착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불발됐다.

안 지사는 "네팔에서 일들을 들어야 하는데 도는 많이 닦고 오셨나"라며 지인들에 문 전 대표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김 의원의 부친상 빈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와 이병완 전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노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빈소를 찾았다. 최근 전대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던 이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출마 여부에 대해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는 출마찬성 의견이 더 많지만, 이들이 모든 여론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신중하게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박용진 비서실장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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