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7·30 재보선 공천과 당내 주도권 장악을 놓고 내홍이 심각하다. 특히 새누리당은 당대표 등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을 앞두고 두 유력주자인 서청원, 김무성 의원의 싸움이 도를 넘는 양상이다. 여야 모두 승리만을 염두에 둔 전략공천 위주로 판을 짠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은 특히 광주광산을 후보인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공천을 놓고 당내 파열음이 적지않다. 여야 정당의 이런 모습은 왜 정치권이 국민의 불신을 받고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민주적 기본가치와 양식을 내던지면서 민심이 모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서청원 의원의 당권다툼은 과열수준을 넘어 사생결단 양상이다. 상대방에 대한 거친 비난과 폄훼, 불법선거운동 공방, 세과시와 줄세우기 등 청산해야할 구태가 모두 등장했다. 두 의원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의원들을 수십명씩 불러모아 식사행사를 가졌고, 세과시와 줄세우기를 했다며 서로 비난공세를 주고받았다. 수도권과 강원권 합동연설회에서 김 의원은 서 의원을 겨냥해 "반드시 없어져야할 정치적폐"라고, 서 의원은 김 의원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당대표가 되는 것을 막겠다"며 상대방에 대한 비난공세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누가 당대표가 되든 경선 후유증 치유와 당내 화합이 최대과제가 될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 누가 차기 당대표가 되든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깨끗하고 모범적 경선으로 쇄신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당외로 확장시켜가는 외연확장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새누리당의 모습으로 볼 때 친박과 비박 어느쪽이 당권을 장악하든 당의 색채가 크게 달라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구태정치가 한자리에 모인 것같은 당지도부의 경선 전개상황은 혁신위까지 만들어가며 다짐한 고강도쇄신 의지가 그저 말뿐이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새정치연합의 권 전 과장 공천도 내부잡음 여부를 떠나 본질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있다. 여야 모두 승리만을 내다보며 이리저리 전략공천 위주로 판을 짠 마당에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을 대선쟁점으로 점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권 전과장을 당선확실 지역에 포진시킨 결정이 비난을 특별히 더 받아야할 이유는 없다고 강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권 전 과장이 출마과정에서 고심한 정황 등에서 추정할 수 있는 진정성으로 볼 때도 새누리당의 '보은공천'이나 '정치적 사후뇌물죄' 등의 공세는 핵심을 비켜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의 특정의원 배제의도를 문제삼은 당내 일부의견도 결국은 국민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내부논리로 치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권 전과장 관련사건에 대해 아직 사법적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권 전과장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폭로한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 이어 지난달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상고로 김 전 청장이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 수사를 은폐·축소하도록 지시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현재 대법원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권 전과장의 폭로에 대한 평가가 사법적 측면에서는 권 전과장에서 유리하지않은 쪽이고, 아직 진행중인 것이다. 그의 출마는 새정치연합이 사법적 판단이 진행중인 사안을 나름의 정치적 잣대로 성격을 규정하고, 결과가 거의 확정적인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부여받으려는 것과 다름없다. 권 전과장의 '진정성'이나 상징성을 깎아내린 정략도 문제라지만 국민의 대표로 법을 만드는 국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정당으로서 법과 법적 판단의 기본가치와 의미를 스스로 내던졌다는게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왜 민심이 모이지않는지, 왜 국민의 지지가 오르지않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왜 다른 부문에 비해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당내 활동과 의사결정조차 이미 다른 부문에서는 정착된 사회의 기본가치와 질서, 민주주의의 상식과 양식을 지켜가며 진행하지 못하는 정당의 현주소 때문이 아닌지 자성해보기 바란다. 이런 모습으로 아무리 국민에게 다가서도 그 뒤에 숨은 정략과 계산을 보고있는 국민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집권여당으로서, 과반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거대야당으로서 먼저 당내부부터 기본과 원칙, 양식으로 채워나가는 흐름을 만들어나가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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