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외국인 투수 라라, 17세에 야구 시작한 '늦깎이'

▲ SK 새 외국인투수 브라울리오 라라 (연합뉴스 제공)

최고 구속 시속 157㎞의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 여기에 안정된 제구력까지.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크리스 세든(33)을 대신할 외국인 투수 브라울리오 라라(28)를 소개한 말이다.

SK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야구 격언까지 있는 왼손 강속구 투수를 KBO 리그에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시속 157㎞까지 던지는 왼손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희귀한 자원, 그렇지만 라라는 마이너리그에서 만 8년을 보내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라라는 마이너리그 통산 598⅓이닝을 던져 삼진 532개를 잡아낼 정도로 구위가 뛰어나지만, 대신 볼넷도 288개를 내줬다.

9이닝당 볼넷 허용(BB/9)으로 환산하면 4.3개가 되는데,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볼넷 허용 41개로 리그 최다 3위인 브랜던 피네건(신시내티 레즈)의 4.23보다도 나쁜 수치다.

쉽게 말해 SK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지만, 제구력에 약점을 보여 메이저리그 승격까지는 실패한 '만년 유망주'를 영입한 것이다.

과거 SK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훌륭한 선수를 다수 영입했지만, 정작 결과는 좋지 않았다.

특히 2014년 영입했던 왼손 투수 조조 레이예스(32)와 외야수 루크 스캇(38)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 제한이 30만 달러로 묶여있던 때라 정확한 연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둘은 리그에서 가장 비싼 선수였다.

이들은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에도 문제를 드러냈다.

레이예스는 SK를 떠난 뒤 구단마크를 과녁 삼아 사격해 SNS에 올렸고, 스캇은 이만수 전 감독에게 폭언을 퍼붓고 팀을 떠났다.

이후 SK는 이름값 대신 인성과 기량을 갖춘 내실 있는 선수 선발을 구단 방침으로 정했다.

작년 SK에 입단한 오른손 투수 메릴 켈리(28)도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지만, 2년 연속 2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SK의 라라 영입도 구단 정책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24일 팀에 합류한 라라는 "17살까지는 농구선수만 했고, 뒤늦게 야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키가 큰 편이라, 농구선수로는 센터와 포워드를 봤다"고 말했다.

흔히 중학교 때 야구를 시작해도 늦었다고 말하는데, 라라는 이들과 비교해도 5년은 뒤처졌다.

그래서 라라는 "남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뒤쫓아가기 정말 힘들었다.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방망이 쥐는 법도 몰랐던 라라는 대신 탁월한 신체조건(신장 185㎝, 체중 84㎏)과 운동능력을 타고났다.

SK 구단 관계자 역시 "제구력은 아쉬운 선수지만, 대신 야구를 늦게 시작한 편이라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고 우리도 이런 점을 고려하고 영입했다"고 기대했다.

라라 역시 이를 의식한 듯 "한국에서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야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총액 23만 달러(약 2억7천만원)에 계약한 라라는 당첨 가능성이 큰 '23만 달러짜리' 복권과 비슷하다.

제구력이 잡힌다면, KBO 리그를 주름잡을 왼손 강속구 투수가 되기에 충분하다.

외국인 선수 육성으로 방향을 바꾼 SK는 또 다른 실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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