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에는 아메바들이 극성을 부린다. 정치꾼들은 민심을 둘로 쪼개 살아남는 아메바 습성은 끝내 버리지 못하는가 보다. 평범한 사람들 나이로 치면 은퇴해야 마땅한데, 권력의 맛에 길들어 영원히 은퇴는 없다며 기를 쓴다. 그 출중한 능력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다. 물론 사사로운 얘기로 큰 공적을 남긴 이들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 많던 대선 후보들은 다 어디로 가고, UN에서 근무 중인 반 총장이 스스로 도마 위로 올라서서 야단법석이라 하는 말이다.

반 총장은 의심받기 충분한 특유의 어법과 처세술로 연신 주가를 올리며 광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뜬금없이 휠체어에 의지한 JP를 찾아가는가 하면 전직 총리들을 호텔로 불러 만찬까지 대접했다. 누가 봐도 대권 시나리오를 짜는 것으로 보인다. 워낙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깊은 뜻을 알 길 없지만, 현직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직함으로는 적절치 못한 행동임은 분명하다.

돈을 더 찍어내야 할 정도로 나랏빚이 넘쳐 경제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가정과 회사도 빚을 갚지 못해 거리로 나앉고, 동네 구멍가게들도 문을 닫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만약에 ‘제2의 IMF’가 터지면 UN에서 돈이라도 가져오겠다는 말인가. 사회악이 최고조에 달해 국제 망신을 당할 적에는 얼굴 보기도 힘들었는데, 뭔 일로 갑자기 나타나서 노익장을 과시하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누구나 권력과 탐욕에 찌들면 최후는 추악한 몰골을 보이게 마련이다. 평범한 청년이나 노인들은 먹고살 일자릴 찾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이런 판에 경제계에서 잔뼈가 굳은 어떤 이는 손녀뻘 여성에게 노익장을 발휘하다가 고발까지 당해 세간의 심심풀이 땅콩이 됐다. 늘그막에 천덕꾸러기처럼 행동해 우스갯거리가 돼 망신살이 뻗친 유사한 가십거리는 열거하자면 A4 용지 365장을 빼곡히 채우고도 넘친다.

노익장(老益壯)은 ‘대장부가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는 말에서 나왔다. 맥아더 장군은 말년에 대통령과 불화로 퇴임하면서 ‘노병(老兵)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퇴역했다가 복귀해 제2차 세계대전 중 혁혁한 공훈을 남겼고, 6·25전쟁 때는 UN군 최고사령관으로 인천 상륙작전을 지휘, 전세를 역전시키며 노익장을 발휘했다.

풍부한 영양섭취와 의료기술의 첨단화로 인간의 평균수명도 크게 늘어 노인들도 의욕이 넘치는 백세인생을 살고 있다. 어느 나라건 간에 노인은 앞서 살아본 세대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인생의 나침반이 돼 본받고 따를 만해야 어르신 대접도 받는다. 은퇴 후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노익장을 발휘하는 진실한 어르신들도 세상에는 참 많다. 그분들이 버텼기에 이나마 세상은 굴러온 것이다.

필자도 한때는 전원생활로 노후를 보내겠다며 조경(造景) 등 전문교육도 받았다. 그때 함께 공부했던 수강생 중에는 공무원, 은행 등에서 고위직으로 명퇴한 분들도 있었다. 머리카락이야 허옇게 변했지만, 젊은이들 못지않은 학구열로 돋보기를 끼고 노익장을 발휘해 자격증도 당당히 취득했다. 그분들과 대화하면 청·중년층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열정이 남아있다. 늦둥이 자녀 결혼 등 이제껏 지켜온 가정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어깨가 여전히 무겁다며 되레 엄살이다.

어느덧 봄은 가고 무더운 여름이 바투 다가섰다. 싱그러운 잎새들에 햇살을 보내야 할 하늘색은 희뿌옇다. 끝내 노안이라도 온 것일까? 세상이 갑자기 침침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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