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전시와 연구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천시(시장 조병돈) 시립월전미술관에서 현대 화단의 대표적 산수화가였던 박세원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는 5월 4일부터 6월 26일까지 열리며, 개막식은 4일 오후 3시에 있다. 전시장에는 박세원 선생의 산수화, 화훼화 등 약 50여점의 회화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사회에서 산수화山水畵는 ‘재미없고 심심해서’ 인기가 없는 그림이 되어버렸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눈을 끄는 화려한 미술품과 이미지가 이곳저곳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무조건 좋고, 예술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첫 관람시의 자극은 이후 재차 관람 시 약해질 가능성이 크며 흥미마저 급격히 감소되기 쉽다. 마치 패스트푸드와 같다. 입맛을 사로잡지만 유익하지 않을 수 있다. 산수화는 반대다. 산수화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몸에 좋은 슬로우 푸드와 같다. 

박세원은 1922년 태어나 1999년에 세상을 떠났다. 한국 사회가 전통 사회에서 현대적 산업 사회로 변모하던 시기를 살았다. 동시기의 다른 화가들은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전통적 표현과 기법을 버리고 급속히 서양의 방식을 따랐다. 박세원은 달랐다. 그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전통에 뿌리를 둔 현대화를 추구했다. 그가 그린 것은 다름 아닌 전통시대의 최고의 예술가들이 다루던 산수화였다. 

보통 산수화가들은 유토피아와도 같은 상상 속의 경치인 이상경理想景 혹은 실제 존재하는 경치인 실경實景 가운데 하나를 그린다. 그러나 박세원은 이상경과 실경을 모두 그렸다. 한 가지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또한 전통 산수화를 상당부분 따르면서도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원근법과 산뜻한 채색법, 안개를 이용한 합리적인 공간 표현 등이 그것이다. 이로써 세련된, 모던한 산수화가 탄생한 것이다.

박세원은 실경산수화와 이상경산수화의 특징을 융합, 조화시켰다. 실제 경치를 그린 산수는 더욱 아름다워졌고, 이상적 경치를 그린 산수화는 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된 것이다. 새로운 개념의 산수화가 등장한 것이다. 

박세원의 산수화는 말초적인 감각을 추구하는 현대의 미술품과는 분명 거리를 두고 있다. 붓의 미묘한 흔적과 은은한 채색을 관찰하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 보면 볼수록 느껴지는 잔잔한 감흥, 편안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화면 전반의 뉘앙스 등은 박세원 작품세계에 있어서는 중요한 특질이지만, 오늘날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들이다. 박세원의 산수화는 조급하지 않다. 조용하지만 강한 호소력과 예술성으로 관람자에게 다가간다. 현란하기 그지없는 현대 미술의 홍수 속에 박세원의 작품이 큰 의미를 지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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