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暴力과 식민植民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월미도를 상상하기 위한 기억의 조건

인천시립박물관에서는 4월 30일부터 7월 30일까지 특별전 '월미도, 기억 너머의 기억'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근현대사의 핵심 현장의 하나인 월미도에서 벌어진 제국주의 폭력(暴力)과 식민(植民)의 역사가 문서와 유물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1부 ‘바람 타는 섬’에서는 한적한 행궁지였던 월미도가 인천항 개항을 계기로 제국주의 열강들이 조차 경쟁을 벌이는 각축장으로 변하고, 이 각축의 절정으로서의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월미도를 군사기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시립 박물관에 유일하게 소장되어 있는 러시아 함대 바리야크호와 코레이츠호 유물을 위시한 러일전쟁 관련 유물들을 통해 월미도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제국주의 열강들의 ‘오욕’과 ‘영광’을 볼 수 있다.

2부 ‘사랑의 섬’에서는 한국을 병합하여 월미도의 치안을 확보한 일제가 월미도를 유락지로 개발하는 과정 및 그 실태, 그리고 유락지 월미도라는 장소에 품었던 조선인 청춘들의 ‘은밀한 꿈’을 이광수의 '사랑'이나 당시 사진엽서들을 통해 보여준다.

3부 ‘불타는 섬’에서는 한국전쟁 인천상륙작전의 상륙 지점이었던 월미도를 조명한다. 특히, 미국 NARA(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에서 공개된 문서를 통해 오퍼레이션 크로마이트(Operation Chromite)의 전모 뿐만 아니라, 이 작전에 대비한 북한군의 대비 태세도 볼 수 있다.

북한 노획 문서 안의 ‘인민군’들의 편지는 개인으로서의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월미도 작전에 동반한 Sgt. Frank C. Kerr 등의 사진은 작전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박물관 관계자는 “월미도는 2001년 해군 제2함대 사령부가 평택으로 떠나면서 우리에게 완전히 귀환했다”며, “전시자료는 월미도에서 벌어진 사건들과 직접 관련된 것을 위주로 선별했으며, 큰 사건에서 흔히 지나쳐버리기 쉬운 인간 개인의 모습도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면서 “이 전시를 통해 우리가 월미도에 관한 기억에서 무엇을 기념할 것인지, 앞으로 월미도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로 거듭나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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