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인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빚을 세금으로 갚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수공의 부채 8조원을 상환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800억원을 반영할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800억원은 원금 상환을 위한 것이고 이자를 갚기 위한 3천170억원은 별도로 요구했다. 22조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에 정부는 2009년 9월 수공이 8조원을 투자하도록 결정하면서 이자는 전액 국고에서 지원하고 원금은 개발수익으로 회수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1조3천억원을 넘는 이자비용을 수공에 지원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도 모자라 원금 상환까지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금은 개발수익으로 갚겠다는 당초 계획은 불과 몇 년 만에 공염불이 되는 셈이다. 

국토부는 아직 정부 방침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하나 현재 수공의 상태를 보면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수공이 4대강 사업 참여를 결정할 당시 부채 원금은 강 유역 주변의 도시개발이나 택지개발사업 등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통한 투자 수익으로 갚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친수사업은 에코델타 사업이 전부이고 수익이 발생하려면 앞으로도 10년 가까이 걸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 사이 수공의 재정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2008년 2조원이던 수공의 부채는 작년 말에는 14조원으로 늘었다. 이대로 가면 2017년에 수공의 부채는 19조원에 달하게 돼있다. 수공은 5월 말 고강도 자구노력을 수반한 부채 감축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을 실행에 옮겨도 수공의 부채는 2017년에 17조1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MB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수공만 놓고 보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사업을 벌였다가 빚의 수렁에서 허우적대는 모양새다.

수공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가 무리한 사업을 공공기관에 떠넘겨 밀어붙인 결과다. 그리고 그 짐을 결국에는 국민이 떠안게 되는 구조로 가는 셈이다. 국책사업이 이런 식으로 추진되는 것은 더는 안 될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공기관의 부채는 심각하다. 2012년말 295개 공공기관 부채 잔액은 493조원으로, 2008년의 290조원에서 1.7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합치면 그 액수는 565조8천억원에 달해 국가부채 443조원을 훌쩍 넘을 정도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도 문제지만 수공의 4대강 사업 같은 경우는 정부가 부실을 초래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업타당성을 엄밀하게 따지지 않고 대통령 공약사업이라는 이유 등으로 무작정 추진해 놓고는 그 부담을 결국에는 국민에게 넘기는 것은 큰 잘못이다. 정부가 이런 잘못을 다시 하지 않도록 하려면 이번에라도 그 책임을 분명히 따져야 한다. 과오를 저질러 놓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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