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이후 부분개각으로 임명된 9명의 공직후보자에 대한 릴레이 인사청문회가 29일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두 명의 총리 후보자 연쇄 낙마와 정홍원 총리 유임에 대한 실망감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속락하고 있는 와중에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7·30 재·보궐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전개될 청문정국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나 진배없다. 청문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여당은 9명 전원 통과를, 야당은 '2+α' 낙마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여당으로서는 사상 초유의 인사혼선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밀렸다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자칫 재보선에서 패할 경우 과반 의석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동안 지지율이 20%대에서 답보상태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의 인사 파동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재보선까지 기세를 몰아가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해당 공직을 수행할만한 업무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국회가 검증하는 제도이지 정쟁의 수단이 아니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수단 가운데 가장 강력한 장치 가운데 하나를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의 일방적 임명대신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의 검증을 거치도록 한 인사청문제도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약하고 국정공백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비판론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0년 이후 14년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한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물론 그 운용과정에서 지나친 `신상털기'로 인한 억울한 낙마자도 있었고, 현미경 검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능력있는 사람들이 고위공직을 기피하는 풍조가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그 때문에 청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 새누리당의 제도 개선 주장은 기왕의 문제 제기와 내용면에서 별반 다를바 없다 해도 시의적으로 적절치 않다. 인사 실패의 책임을 청문 제도의 문제로 돌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검증 공세가 강화될 것에 대비해 청문제도 개선 카드로 맞불을 놓겠다는 심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청문회가 예정된 후보자들 가운데 일부는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과연 관련 공직을 수행하는데 적절한 인물인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다. 특히 논문 표절, 연구비 착복, 성과 부풀리기 등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신설되는 사회부처 총괄 부총리로서 과연 적임인지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까지 속병를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9일 열린 한민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 대신 정책방향이나 국방식견, 국가수호 의지 등이 중점적으로 점검대상이 됐다고 한다. 첫 인사청문회여서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지만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다고하니 다행스런 일이다. 여야는 향후 진행될 청문회에서도 문제가 되는 후보자에 대해서는 송곳 검증을 통해 도덕성과 자질을 철저히 파헤쳐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후보자에 대해서는 흠집내기를 자제하고 정책 검증에 치중해 줄 것을 당부한다. 공연한 흠집내기로 상처투성이를 만들어 고위공직에 내보내는 것이 인사청문제도의 본령일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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