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26일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표시연비가 부풀려졌다며 제작사에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아우디 A4 2.0 TDI,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크라이슬러 짚 그랜드체로키, BMW 미니 쿠퍼 컨트리맨 등 4개 차종의 연비가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연비 부적합 판정으로 과징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연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논란은 끊이지 않았지만 확인된 적이 없었기에 이번 결정은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연비 부풀리기에 따른 집단소송 등 소비자 보상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얼마 전 미국 포드자동차는 연비를 과장한 사실이 드러난 하이브리드 차량 2종에 대해 보상하기로 해 국내의 해당차량 구매자들도 150만원과 270만원을 받게 된다. 국내에서 자동차사가 연비 과장에 대해 보상하는 것은 포드의 경우가 처음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는 13개 모델의 연비 과장으로 집단소송당해 지난해 90만명에게 3억9천500만 달러(약 4천191억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결정은 국토부와 산업부의 엇갈린 조사결과 속에 내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부는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에 대해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산업부는 별도 조사에서 적합판정을 한 것이다. 연비 검증을 중재한 기획재정부가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 모두 복합연비(도심연비와 고속도로 연비 합산)를 기준으로 하면 적합이나 개별연비를 기준으로 삼으면 도심연비가 오차범위를 초과해 부적합이라고 교통정리를 했지만 정부 부처의 이런 엇박자는 어이없는 모양새다. 연비검증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에게는 혼란만 주는 결과다. 자동차사도 당장 부적합 판정에 수긍하지 못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비 검증은 2012년까지 산업부와 국토부가 승용차와 화물차를 나눠맡았다. 그러다 국토부가 지난해 승용차 연비까지 검증하고 나서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 차종은 두 부처에서 모두 조사받는 상황에 빠졌다. 자동차 업계는 연비 측정 단일화를 요구했지만 조율되지 않았고 결국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소비자와 기업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 부처의 밥그릇 챙기기의 전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뒤늦게 이런 중복규제를 없애기로 하고 연비 사후조사는 국토부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부적합 판정에 대한 행정제재도 국토부가 맡는다.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기준을 단일화해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허용오차범위(5%)를 넘지 않도록 검증을 강화하기로 한 공동고시안도 내놨다. 자동차 연비를 부풀리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자동차사가 내놓은 연비를 믿고 사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에너지·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함께 자동차 연비 규제는 국제적으로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자동차사는 연비 표시 기준이 더 강화돼도 문제가 없게 선제적인 노력을 하고 소비자 피해 보상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그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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