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을 노리던 한국 축구가 16년 만에 '조별리그 무승'의 치욕을 당하며 탈락의 비운을 맛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7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벨기에에 0-1로 패했다.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으나 참담한 결과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국 축구의 수준을 분명히 확인한 경기였다. 지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던 한국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반드시 승리를 얻어내야만 16강 진출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었던 한국은 열심히 벨기에를 몰아붙였으나 골을 넣지 못했고, 오히려 역습을 허용했다. 벨기에가 전반 44분에 한 명이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한 이후 10명이 싸웠음을 고려하면 벨기에와의 뚜렷한 실력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한국은 슈팅 횟수도 벨기에보다 더 많았고, 공 점유율도 더 높았다. 그러나 결국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결정력이 부족했다.

한국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은 1998년 프랑스 대회(1무2패)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3승2무2패)을 시작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1승1무1패)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1승1무2패)까지 3개 대회 연속 조별리그 승리를 따낸 바 있다. 남아공 대회에서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음을 고려하면,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줬던 원터치 패스에 의한 날카로운 공격을 이번에는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가 대표팀을 맡은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월드컵은 이미 대회 개막 이전에 시작되는 건데, 우리는 감독을 바꾸면서 시간을 낭비했고 안정적으로 선수 구성을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가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홍감독 

자신은 "개인적으로 후회가 남지 않는 월드컵을 치르는 게 목표였는데 실력이 부족했지만 선수 모두 최선을 다했다"며 "후회는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감독과 선수들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패배는 대표팀만의 책임이 아니다. 우리 축구계 전체가 패배의 책임을 떠안고 차근차근 실력을 키우면서 다음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 축구가 발전하려면 팬들이 평소에 우리 축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K리그에서도 볼 수 있다면 한국 축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다. 사실 K리그 경기당 평균 관중이 1만명도 채 안 되는 상태에서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8회 연속 진출한 것만도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해 월드컵 예선에서도 이란에 0-1로 패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A조 2위를 차지해 가까스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에 지적된 문제들도 세밀한 패스에 의한 다양한 공격전술의 부재와 불안한 수비였다. 결국 이 문제는 끝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누가 대표팀 감독이 되든 몇달에 한번 만나 한두게임 함께 뛰어보고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서는 경기력을 향상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국 축구는 팬들을 끌어들이고 대표팀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연령은 26세3개월로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젊었다. 이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을 더 키워나간다면 4년 뒤에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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