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근로감독관 투입해 체불임금 청산 적극 지도

(연합뉴스 제공)

지난 15일 오후 한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친 제주시 한 빌라 신축공사장 4층 철제 구조물 위에서 40대 근로자가 탈진해 쓰러졌다. 그는 이날 아침 일찍 이곳에 올라 "밀린 임금을 달라"며 농성하던 중이었다.

광주에서는 임금을 받지 못한 건설노조원들이 작년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연좌농성을 했다. 이들은 '밀린 급여를 주겠다'는 건설사 측 약속을 받고서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를 생각하면 마음이 푸근해지지만,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이웃들에겐 남의 얘기다.

지난해 임금 체불 근로자 수는 30만명에 육박했고, 전체 금액은 1조3천억원에 달했다.

대전지방노동청 관내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3천991개 사업장 근로자 9천851명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체불액은 모두 314억5천200만원이다.

이중 9천611명에 대해선 업체 지도를 하거나 업주 형사고발 등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나, 240명이 받지 못한 15억9천200만원의 임금은 아직 처리 중이다.

경기 지역 4만8천756명의 임금 2천261억원도 미지급됐다. 이중 1만5천660명 1천9억원의 임금은 청산되지 않아 해당 사업주가 사법처리됐다.

부산에선 739억원의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았다. 2014년 592억원보다 늘었다. 피해 근로자 수는 1만7천965명이다. 부산 근로자 1인당 체불임금 규모는 지난해 411만원 가량으로, 2014년 307만원에 비해 100만원 이상 불었다.

철강·조선업계의 지속적인 불황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 등으로 제조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 근로자에 대한 임금 체불 현상이 심해졌다고 노동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인천, 대구·경북, 광주·전남, 울산, 충북 등지에서도 사정은 비슷해 임금 체불액이 2014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전국에서 땀 흘린 대가를 제때 받지 못한 근로자 수는 29만5천677명에 달했다. 체불 총액은 2011년 1조87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2천993억원으로, 4년 새 19.5%나 늘었다.

각 지역 고용노동청은 근로감독관을 대거 투입해 체불임금 청산에 나섰다.

휴일에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며 체불임금 상담·제보(익명 포함)를 받고 있다고 노동청은 설명했다.

재산을 숨겨 놓거나 임금 체불 후 도주한 업주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검찰과 협의해 엄정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관계당국은 아울러 일시적 경영난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와 임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의 생계보호에도 나선다.

체불 청산의지가 있는 사업주에게는 최고 5천만원까지 융자를 지원하고, 재직 중인 체불 근로자에게는 저리로 생계비를 빌려준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소액체당금 제도'를 바탕으로 체납이 확인된 사건은 체불임금·사업주 확인서를 즉시 발급해 체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체당금은 사업주가 퇴직근로자에게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정부가 사업주를 대신해 지급하는 임금이다. 

기업이 도산한 경우엔 최종 3개월분 임금과 3년분 퇴직금을 지원하는 체당금을 최대 1천800만원까지 줄 계획이다.

대전노동청 근로개선지도과 관계자는 31일 "신분상 불이익이 두려워 체불청산을 요구하지 못하는 근로자도 있다"며 "사회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업장 등지에 직접 찾아가 살피는 등 적극적으로 청산지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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