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3∼4일 한국을 국빈방문한다고 양국 정부가 27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북한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지 벌써 2년이 됐는데도 북한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김정은을 중국으로 초청하지도 않은 그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초청한 데 이어 1년만에 답방 형식으로 서울을 찾는 것이다. 지난해초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두 정상은 벌써 4차례나 회동했고, 전화통화도 2차례 가졌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이 이처럼 밀월(蜜月) 관계를 가진 적은 없었다. 그만큼 서로의 국익에 상대국이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실제로 한·중 교역 규모는 2천700억달러를 넘어섰고, 곧 3천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며, 양국의 교역규모는 한·미, 한·일간 교역액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연간 인적교류는 1천만명 시대를 맞고 있다. 이에 맞춰 양국 관계도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했고, 이를 한단계 더 격상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양국 정상간 신뢰와 유대 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하고,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보다 성숙한 관계로 도약시키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인적·물적 교류에 못지 않게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미·중간 동북아 패권경쟁은 이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손을 잡고 있는 일본은 중국과 동중국해에서 대치중이고, 남중국해에서는 미국과 군사협력 또는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필리핀, 베트남 등이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은 역사갈등으로 수교이후 최악의 외교적 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아베 정권의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로 인해 한·일 관계 경색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일본의 침략 역사 부정을 가장 강도높은 언어로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세기 일본 군국주의의 수탈로 공히 피해를 본 양국이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에 반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양측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중대한 국제, 지역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정상회담 이후 나올 대일(對日) 메시지의 강도를 짐작케 한다.

하지만, 국내 일각에서는 깊어지는 한·중 밀월을 우려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일본이 아무리 싫어도 우리 정부가 미국을 등지고 중국과 손을 잡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북한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우리로서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의 끈을 공고히 하면서 중국과는 일정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외교가 처한 현실은 모 아니면 도식의 일방 선택을 할 수 없는 처지라는데 문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미국이 한반도에서 갖는 전략적 위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해 너머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14억의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의 경제적 가치는 차치하고 북핵 대처를 위해서라도 북한에 가장 영향력있는 중국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일본의 역사 도발에 대한 국제 협력에서도 중국은 미국과 함께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그래서 굳건한 한·미 동맹의 기초위에서 한·중 관계를 강화시켜 나간다는 우리 외교부의 `균형외교'는 현 시점에서 타당하다. 하지만, 균형외교는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 힘없이 중간에서 이리 저리 오가는 것은 `눈치외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