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클라 매를로의 이 말이 떠오른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솔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실한 사람의 멋은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다. 솔직함은 겸손이고, 두려움 없는 용기이다. 잘못으로 부서진 것을, 솔직함으로 건설한다면 어떤 폭풍에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함 생겨난다”
 
과연 스피치를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고 핵심을 찌르는 스피치를 하는 것일까? 듣기 좋은 목소리와 좋은 표정으로 호감을 주는 것일까? 아니면 상대방을 설득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일까? 동서고금 누구나 사람이 스피치를 잘 한다는 것을 글로써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스피치를 잘 하는 것이며, 어떻게 해야 스피치를 잘 할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스피치를 잘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첫 번째로는 스피커(speaker)의 품성이고, 두 번째는 청중을 자극하는 감성이며, 세 번째는 스피치의 내용이라고 하였다. 이 세 가지와 더불어 스피치의 솜씨와 함께 열정이 묻어나는 연사의 멋진 모습이 드러난다면 일반적으로 스피치를 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그것은 바로 말의 ‘진실성’이었다. 평소에 진실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 어느 순간에 논리적으로 말하며 자신을 믿어 달라고 한들 청중들은 결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세련되고 다듬어지지 않은 스피치를 하더라도, 평소에 진실을 말하며 믿음과 신뢰를 준 사람이 스피치를 하면 무슨 말이든 믿게 된다. 스피커의 말을 듣는 청중은 말하는 내용 그 너머에 있는 연사의 품성까지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연설가 중에는 바로 이 ‘진실성’이라는 덕목으로 한껏 빛을 발한 연사가 있다. 품성을 최고의 설득기술로 생각한 ‘뤼쿠르고스’(BC390~324)라는 연설가이다. ‘뤼쿠르고스’는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의 밑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그 당시 최고의 철학자와 수사학자(연설가)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이었다.
 
최고의 교육을 받은 뤼쿠르고스가 맡은 역할은 아테네 폴리스 전체의 재정담당관이었다. 보통 재정담당관이 되면 욕심 때문에 사적으로 돈을 챙기기 마련인데, 그는 일을 잘 해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 너무나 고결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담당관으로서 12년 동안이나 근무를 하게 된다. 그 당시 아테네는 한 사람이 임기를 계속 이어가는 것을 금지했지만 깔끔하게 일을 잘 처리하는 그를 위해 사람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며 항상 진실을 말하는 그를 시민들은 전폭적으로 신뢰하였다고 한다. 엄격한 생활로 유명한 뤼쿠르고스는 사실 연설 솜씨로만 보면 다른 연설가들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그가 하는 말은 무슨 말이든지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아테네에서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던 그는 훗날 조각상이 세워지는 큰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이것이 ‘진실성’이라는 품성의 힘이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 진실 된 사람의 말은 입 밖으로 말이 나오기 전에 청중들이 미리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스피치가 항상 진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실 된 스피커의 말은 강한 얼음 창과 같아서 상대의 어떤 방어막도 뚫고 들어가 큰 울림을 전달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진실 되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욕심이라는 저울의 눈금이 0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측정해보아야 할 것이다. 즉 사람은 머리로 사소한 결정들을 내리지만, 고귀한 일은 진실 된 마음에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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