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상납하며 잔치를 벌인 롯데홈쇼핑의 전ㆍ현직 임직원 10명이 재판에 회부됐다. 검찰이 밝힌 롯데홈쇼핑의 비리는 얼굴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것이었다. 내연녀 동생의 계좌로 뒷돈을 받고, 전처의 생활비를 대납시키는가 하면 아버지의 도박 빚을 갚아야 한다며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인면수심의 이런 '갑(甲) 질'은 조직적으로 진행됐다. 말단 직원부터 대표이사까지 가담해 '비리의 사슬'을 이루고 있었다. 방송 부문 직원들은 황금시간대에 편성해 주겠다며 돈을 챙겼고, 비방송 부문 직원들은 인테리어 업체에 공사비를 과다계상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상납했다. 롯데홈쇼핑의 사장에까지 오르며 그룹내 유통부문에서 승승장구했던 신헌(60) 전 롯데백화점 사장이 구속기소된 것은 비리가 구조적이며 뿌리도 매우 깊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전통적 갑을 관계 위에 방송적 특성이 부가된 홈쇼핑은 태생적으로 비리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홈쇼핑 채널은 지상파 채널 사이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어 시청률이 높다. TV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서 스타가 탄생하듯 홈쇼핑 채널에서 한번 뜨면 방송 몇 번에 1년치 물량이 팔리는 '대박'이 터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유통망이 취약하거나 광고 능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는 홈쇼핑 채널 진입에 목을 맨다. 상품선택권과 편성시간 배정권을 가진 홈쇼핑 직원은 자연 '슈퍼 갑'이 된다. 이런 구조로 인해 비리 근절이 쉽지 않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엄중한 처벌을 해서 일벌백계로 삼는 것이다. 홈쇼핑 채널 규제 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공공성이 중요한 방송 부문, 예컨대 상품기획이나 편성시간 배정 등에서 중대한 비리를 저지른 홈쇼핑 채널은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시켜 영구적으로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리로 사업을 접는 선례가 나오면, 업체들 스스로가 치열하게 자정 노력을 할 것이다. 

1995년 출범한 홈쇼핑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출범 당시 수십억 원에 불과했던 업계의 매출은 지난해 13조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규모가 커진 만큼 책임도 강하게 물을 수밖에 없다. 홈쇼핑 채널은 24시간 광고를 내보내는데, 지상파 옆에 붙어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 노약자들에게 무차별적인 접근권을 가진다. 홈쇼핑업체들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채널 편성권을 쥔 유선방송사업자(SO)들에게 연간 수천억 원을 지불한다. 이런 비용은 결국 납품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차제에 채널 편성권을 SO로부터 회수해 홈쇼핑 채널들을 한쪽으로 몰아놓고, 보고 싶은 사람만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 홈쇼핑 채널의 내용에 대한 심의도 강화해야 한다. 쇼핑 호스트들은 틈만 나면 '파격 세일', '완판 임박'을 외치며 충동구매를 부추긴다. 시청자들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국민은 6개나 되는 홈쇼핑 채널을 한두 개 줄이더라도, 믿을 만한 홈쇼핑, 비리 없는 홈쇼핑이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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