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에 대해 고용부의 법외(法外)노조 통보는 정당하다는 최근의 법원 판결 이후 전교조와 정부가 첨예한 입장차이를 드러내면서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15년 만에 합법적 노조지위를 상실한 전교조는 오는 27일 전국의 6만 여명의 조합원들이 '조퇴투쟁'에 들어가는 등 정부를 상대로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김정훈 위원장을 비롯한 16개 시·도 지부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내달 12일에는 전국교사대회를 열어 교사시국선언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퇴투쟁에 대해선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의무에 위반되므로 징계 등의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칫 지난 2006년 교원평가제를 둘러싸고 빚어진 조퇴투쟁과 대규모 징계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교육부는 법원 판결에 따라 이미 노조전임자 72명의 복직, 단체협약중단 등 전교조가 합법노조로서 누려온 혜택을 박탈하는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하지만 오는 7월1일 취임하는 전교조 출신의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교육부의 지침과 달리 전교조의 지위를 인정하고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자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법원판결을 따르지 않는 진보 교육감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교육현장이 혼란과 갈등 상황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모양새다. 전교조와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중심에 놓고 지금이라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교조가 이처럼 강경투쟁에 나선 것은 문제가 있다. 행정부 시정명령에 이어 사법부의 판결까지 정면으로 거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쟁점은 해직 교사 9명의 조합원 신분이다. 우리나라 교원노조법 2조와 노조법 2조4항은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원칙을 정한 것은 교원이 아닌 사람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경우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당시 입법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지난 4년동안 고용부의 수차례에 걸친 시정명령, 그리고 고용부의 시정명령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나왔지만 문제의 규약을 수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고용부로부터 지난해 10월 법외노조 통보를 받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패소했다. 심지어 재판과정에선 지난 1999년 전교조 합법화 당시 지금과 다른 규약을 허위로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전교조는 전체 조합원 중 해직 조합원의 수가 극히 적고, 선출직 1만2천788명 가운데선 1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처사는 가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시각은 달랐다.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훼손되면 학교 교육은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피해는 적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닌 학생들이 입게 된다는 점을 중시했다. 이런 법원의 지적에는 전교조의 근본적 정체성, 우리 사회가 전교조에 바라는 것이 함축돼 있다고 판단된다. 전교조는 자체 조직내 문제에 갇혀 지나치게 경직되고 편협한 투쟁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교조와 정부가 정면 충돌로 치닫는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전교조는 해직자의 노조가입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국제 관례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적 기준에 비춰 일정 부분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실정법에 위배된다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고, '사법부를 행정부의 시녀'라고 맹비난하는 태도는 '투쟁을 위한 투쟁' '정부와의 무모한 힘겨루기' 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이런 초법적 투쟁방식을 일삼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법치주의와 준법정신에 대해 교육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교육이 권위가 설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합법적인 노조에 대해선 법률에 기초한 많은 물적, 인적 지원이 뒤따르게 된다. 이런 혜택과 권한을 누리기 위해선 응당 법률에 따른 의무도 져야 한다. 지금 전교조에게 필요한 것은 거리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여 법률을 개정하려는 노력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소 돌아가는 것같이 느껴지더라도 23일 제기한 항소심과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며 중장기적으로 교원법 개정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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