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임모 병장이 체포돼 사건이 마무리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군의 병력 관리에 많은 허점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군 한 전방초소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8명이 숨진 이후 `관심병사' 제도를 만들었다. 군생활 적응이 어려운 `관심병사'들에게 주의를 기울여 이들의 원활한 군대생활을 돕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난 2011년 4명이 사망한 해병대 총기사건을 저지른 김모 상병도 `관심병사'였고 이번 사건을 저지른 임병장도 `관심병사'였다. 한차례 큰 사건을 겪고도 `관심병사'들에게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관심병사들을 모두 근무에서 제외시켜 버리면 군부대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물론 병력자원이 줄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장병에게 실탄을 소지하는 근무를 시켰으면 지휘관이 사후관리라도 잘 했어야 할 것 아닌가.

일부 언론에 따르면 사망한 병사들중 한명은 지난달 휴가를 나와 "선임 한명이 문제를 일으켜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유가족이 전했다. 사실이라면 문제 병사의 존재가 지휘관에게 보고됐을 가능성도 있다. 만일 상부에 보고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일부 희생자 유가족에게 `사망 통고'를 하는 방식은 총기 난사 사건 자체보다 더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숨진 한 병사의 유가족은 사건 당일인 지난 21일 밤 군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자신의 소속이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XX 동생 되시죠? 형이 사망했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이에 놀란 유가족은 그 뒤 국방부 대표번호로 전화하는 등 수차례 연락을 한 끝에 겨우 문제의 군 관계자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 들은 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삼가라"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국가를 위해 복무하다 사망한 병사의 유가족에게 어떻게 이렇게 성의없는 사망 통고를 할 수가 있는가. 병사를 하나의 소모품 쯤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방식이다. 장관이나 지휘관이 직접 유가족에게 예의를 갖춰 전화해서 사과하고 애도를 표해도 모자랄 판이다.

군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한 젊은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은 최소한 21개월을 복무하지만, 이 복무기간에 대한 보상은 거의 없다. 군가산점제는 이른바 `형평성'을 이유로 위헌판결을 받았고, 교육이나 취직, 연금, 호봉 등에서도 군복무자들에게 별 혜택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부실한 병력 관리 때문에 병영생활까지 불안에 떨면서 해야 한다면 누가 기꺼이 군대에 가려 하겠는가. 될 수 있으면 병역을 기피하려는 풍조가 사회 일각에서 만연하는 것도 국가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젊은이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우선 병사들의 애로사항을 상담해줄 상담관들을 충분히 선발해 제대로 운용하고 있는 지 다시한번 돌아보라. `관심병사'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바에야 왜 그들에게 `관심병사'라는 이름을 붙이는가. 국방부는 또다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7월까지 전군에 정밀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방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얼마나 효과적인 진단이 이뤄질 지 의심스럽다. 군에서 총기 사고가 터지고, 병력관리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는데 조직을 추스릴 신임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19일째 열리지 않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군 조직과 안보를 등한시해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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