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지역에서 또다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저녁 동부전선 최전방 GOP(일반전초: 남방한계선 철책 초소)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한 병사가 동료 병사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 제대를 불과 3개월 앞둔 임모 병장은 이날 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면서 소초 인근에서 동료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 1발을 투척한 뒤 실탄 10여발을 난사했다고 한다. 임병장은 총기와 실탄을 휴대하고 탈영한 뒤 추격하는 병력들과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강원 고성군 명파리 등 3개 마을 주민 540여명은 인근 중고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희생된 장병들의 명복을 빌며, 사망자 및 부상자 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필요한 모든 지원과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금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군은 부상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또 임병장을 신속히 체포해 주민 불안을 해소하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GOP 근무와 병력 운용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GOP는 적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대치하며 철책을 경계하는 최전방 초소이다. 이런 곳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군의 기강 해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사고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병사를 GOP에 배치한 것도 문제다. GOP에서는 총기와 실탄을 거의 항상 휴대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GOP를 운영하는 부대는 인성검사 등을 통해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춘 병력을 엄선해 투입하고 있다. 애당초 이런 곳에 이른바 `A급 관심병사' 판정을 받았던 병사가 투입된 것 자체가 문제였다. 관심병사란 군생활 적응에 문제가 있어 지휘관의 관심이 필요한 병사를 말한다. 임병장은 지난해 4월 실시된 인성검사에서 GOP 근무가 불가능한 `A급 관심병사'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뒤에 다시 GOP 근무가 가능한 `B급 관심병사'로 판정이 바뀌었다. 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심병사 판정이 그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필요하다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과거 병영에서 여러 차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 당국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사건을 몇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접하고 있다. 지난 2005년 5월에는 경기도 연천군 육군 모 부대 전방초소 내무반에서 한 병사가 수류탄 1발을 던지고 소총을 난사해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 직후 당시 윤광웅 국방장관은 `병영문화 개선'과 `국방개혁'을 다짐했다. 그러나 바로 그다음 해인 2006년 8월 경기도 가평군 모 부대에서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사망했다. 또 불과 3년 전인 지난 2011년7월에는 인천 강화도 해병대 해안소초에서 김모 상병이 내무반에서 K-2 소총을 난사해 4명이 사망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방 개혁과 더불어 병영 생활 문화를 바꾸는 데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바뀐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한 젊은이들이 동료 병사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허무한 일인가. 국방부는 이런 사건들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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