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 움직임에 '지역밀착형' 저서로 '승부수'

(연합뉴스 제공)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5개월 남짓 남겨놓고 정치권에 출판기념회 바람이 불고 있다. 

의정보고회 등 통상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과 달리 정치신인이나 권토중래를 꿈꾸는 전직의원 등 원외인사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릴 통로가 많지 않아 출판기념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사무실을 열거나, 얼굴 사진이 박힌 현수막을 마음껏 내걸 수 없는 원외인사들에게 출판기념회는 가뭄 속 단비와도 같다고 한다. 

더욱이 내년 총선의 경우 여야 모두 후보 공천방식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또는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원외인사들은 출판기념회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최근 출판기념회를 열었던 새누리당 서울 동대문갑 당협위원회 허용범 위원장은 16일 한 언론지와의 통화에서 "정치신인으로서는 자기를 알릴 방법이 하나도 없어 고육지책으로 출판기념회를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비전도 알리고 자기를 알릴 수 있는 아주 작은 통로"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외인사들은 자신의 정치철학과 이념을 소개하는 것 뿐만아니라 자신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과의 인연 등을 부각시킨 '지역밀착형' 저서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일례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3선 의원을 지냈고, 내년에 4번째 도전을 선언한 박 진 전 의원은 지난 12일 '박진의 종로이야기'라는 제목의 저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저서에는 종로에서 태어나 자라며 자신이 겪은 일화와 함께 숨은 맛집 소개 등의 내용을 담았다. 

경남 사천 남해 하동에 출마선언을 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이 지난 8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낸 자서전 제목은 '하늘이 북극성, 세상속에 서천호'이다. 밤하늘 북극성을 보며 꿈을 키웠다는 유년시절 얘기를 내세우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책 제목이다. 

출판기념회 장소도 주로 출마를 준비하는 지역에 있는 시설을 이용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출판기념회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음성적으로 정치자금을 확보하는 통로 역할을 하기도 한 게 사실이다. 출판기념회를 통한 수익의 경우 중앙선관위에 신고할 의무가 없는 등 법적으로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자금 모금 및 집행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풍토가 달라지고 있다.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는 오명을 벗으려고 출판기념회를 후원회 형식이 아닌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개최하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서 총선 도전장을 내민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달과 이달 초 서울 종로와 대구 수성갑에서 저서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 출판기념회를 토크쇼 형식의 북콘서트로 개최했다.

책 판매가격도 '금일봉'보다 정가판매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정치인 출판기념회에서는 해당 저서의 출판사가 현장에 나와 정가 판매하도록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열리는 출판기념회에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박 진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장 입구에는 '1인당 최대 5세트로 한정판매한다'는 글귀가 나붙기도 했다.

또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박스'에 책값을 넣도록 하는가 하면, 신용카드로 책을 구매토록 권장하고, 현금을 낼 경우 구매자가 원한다면 간이 영수증까지 끊어주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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